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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홀리워킹데이>

현실을 직시시키는 작품


'홀리하지 않고 워킹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홀리워킹데이>. 언젠가부터 해외에서 타국의 언어도 배우고 일도 하며 돈도 보는 '워킹홀리데이'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붐을 일으켜왔다. <홀리워킹데이>에서 만난 학생들은 1년 간 호주를 경험했고, 1년을 더 체류하기 위해 '세컨 비자'를 받기로 결심한다. 그때부터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이 '사투 과정'을 민낯처럼 보여준다.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지만, 글쎄. 나는 이 영화에서 낙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사투'. 뙤약볕 아래에서 온갖 채소들과 힘겨루기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그 힘겨루기의 장을 구하지 못해 발버둥치는 청년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그들이 따낸 양파들보다도 싱싱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계획을 짜지만, 계획이 그대로 현실로 이어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저노동 고수익을 꿈꾸며 찾은 블루베리 농장은 높은 경쟁율 때문에 청년들을 거부한다.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 돈은 떨어져나가고 체류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겐 하루하루가 짧기만 하다. 결국 선택하게 된 농장은, 최고의 노동력을 투자해야만 하는 양파농장. 게다가 일당은 고작 2만원. 그들이 계획했던 저노동 고수익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해낸다. 아니, 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에 그저 몸을 내던진다.


현지인들의 시선에서 보면, 호주를 찾은 워홀러들은 '외국인 노동인'들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타국에서 온 노동인들에 대하는 부정적인 시선들을 우리나라 청년들이 호주 등의 외국에서 겪고 있는 셈이다. 이 시각을 올곧게 보고 있는 '종대'의 시선은 참으로 기특했다. '벌레'라 불리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고된 육체와 정신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는 그들에게서 '홀리'의 흔적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정말 잔인한 건, 호주의 아름다운 풍광조차 비춰지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그들 중 세 명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한 상태다. 머릿 속은 복잡하고 부지런한데 반해, 현실은 머릿 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 그 꿈! 찾았다! 꿈 자체가 '홀리' 아닐까? 호주에서의 삶은 홀리하지 않았으나, 아직은 방황하는 청춘들의 꿈은 경건하고도 값진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찬 용기와 꿈을 안고 떠난 호주(이국). 과연 떠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나의 계획대로 이어질까? 영화의 마지막에서 '주현'이 고백한 것처럼,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아직 직업을 찾지 못한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은 '방황'과 '현실 도피' 등의 속내를 내비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작중 그녀의 또 다른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다'고. 물론, 호주에서는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호주라는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그녀다. 좋아서 떠나는 곳이라면, 분명히 좋은 삶도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나는 영화 속에 등장한 모든 청년들을 응원한다.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희망보다는 현실'에 집중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현실은 희망의 반대인 절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청춘들이 더 나은 이들로 성장하기 위한 '통과의례'. 특히 치열하고 거친 통과의례를 보여줬다는 의미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장점! '꿈만 안고 타국으로 가기엔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점을 직시시킨다. 대학생이라면, 감상해봐도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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