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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아름다운 좀비영화
<부산행>

★스포일러 있습니다★

<부산행>은 좀비영화다. 하지만 여지껏 경험해왔던 좀비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요소들이 있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좀비물'이라고 칭하고 싶다.


사실, 많은 스릴러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극이 전개될수록 오히려 공포감이 반감된다. 하지만 <부산행>은 그 흐름을 거스른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쌓일수록 긴장감은 팽팽해지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짙어진다. 이 영화가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휴머니즘에 있다. 결국 '사람'이다. 좀비물에서의 주인공은 단연 좀비이지만, 이 영화에서 부각되는 존재는 '사람'이다.



목적도, 이유도 없이 빛과 소리, 움직임 등에 반응하며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좀비들과는 달리, 이성과 심장이 뜨거운 '사람들'은 '관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기적이어서, 심지어 가족에게도 소홀했던 석우는 아버지로서의 사명을 다한다. 이성과 감성이 사라진 수많은 좀비들과는 달리, 끝까지 지켜내야만 했던 딸을 위한 그의 고군분투는 여지껏 보지 못했던 '낯선 좀비물'을 경험하게 만든다.


심장을 가진 좀비물을 떠올려보면, 조나단 레빈 감독의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3>가 떠오른다. 제목처럼, 이 영화 또한 뜨거운 심장을 지닌 좀비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좀비의 심장을 흔들게 만든 것도 '사랑'이다. 이 사랑의 대상은 '연인(이성)'이었다. <부산행> 속 좀비의 심장을 달군 (가장 큰)것은 '가족애'다. 물론, 가족애 외의 다른 모든 사랑들도 등장한다. <웜 바디스>에서처럼 '이성과의 사랑'도 등장하며, 부부애, 우애도 등장한다. 좀비들이 사는 세상은 이 '사랑이 배제'되게 마련이지만, <부산행>은 사랑을 부여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감성을 어루만진다.


좀비들의 세계는 차갑다. 하지만 <부산행>은 뜨겁다. 그래서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눈물을 흘릴 무렵, 영화의 색채 또한 한없이 밝았고 풍경은 빛났다. 많은 좀비들의 눈 색이 감염으로 인해 하얗게 변해갈 때 나는 그 속에서 우울과 차가움의 상징인 푸름을 감지했다. 그래서 섬뜩했다. 하지만, 석우가 좀비로 변해갈 때는 아름다움과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그의 변색된 눈은 (과장일 수 있지만)순수했다.


물론. 영화에서는 '차가움'도 존재한다. 냉열의 조율. 이것이 <부산행>의 상업적인 성공을 예상하게 만드는 요소다. 변해버린 좀비들 그 자체도 차갑지만, 그보다 더 차가운 냉혈한의 행각은 맹목적으로 덤벼드는 좀비들보다 더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렇듯 <부산행>은, '다양한 요소'들을 갖춘 좀비영화다. 냉열의 간극을 오가는 동안, 마치 내가 부산행 KTX에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좀비물이 갖춰야 할 스릴, 좀비와 인간의 혈투가 보여주는 액션, 그 액션 속에 깃든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휴머니즘. 이 모든 것들을 갖춘 탄탄한 영화 <부산행>. '좀비물을 보며 울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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