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양양 에세이<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중에서

지은이에게 죄송스럽지만,

이 산문시는 너무나 공감되어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문(全文)을 옮겨봅니다.



길 위에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은

보잘것없는 인생 하나가 그래도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을 택한 것은 내 작은 두 발입니다.

혼자 걷는 먼길

그러나 실은 아름다운 동행이 많다는 것을

고요 속에 놓일 때에 비로소 깨닫습니다.

나는 오늘 열두 시간 동안 산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 있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서 자주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그 순간, 가장 빛나는 웃음을 하고 있는 얼굴이

창가에 어린 것을 보았습니다.

얼굴은 웃다가 울다가 춤을 추었습니다.

사람에게서 생의 이면을 보고, 자연에게서 생의 전면을 봅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럴수록 인생은 더 살고 싶어졌습니다.

갚아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나를 이 길로 데려온 많은 것들에게 나는 한참 빚졌습니다.

갚을 때까지, 살아 걸어야 합니다.


산비탈에 간신히 얹혀 있는 집들에도 햇살은 공평하게 내리쬐어

닳고 해진 빨래들을 어김없이 말려줄 테니

어디에도 위태로운 생이 없기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노래라면

나는 기꺼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보잘것없는 인생 하나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험한 길이어도 아름다워서 또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겠습니다.

걸을 때마다 이토록 벅찬 생이 고마워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온 버스는

나를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게 하였습니다.

갚을 때까지 또 걸어가라고

뒷모습 하나가 나를 배웅합니다.

걸어가겠습니다.


- 책<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p. 119~120

(양양 에세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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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나는 여행은, 앞날에 대한 걸음의 청사진이다.

나 또한 홀로 이동하는 도중, 수많은 자연의 경이와 접촉했고 그들의 속삭임을 전해들었던 때가 많았다.

욕심 없어 보이지만, 늘 자신의 자리에서 부지런한 생을 살아가는 자연.

그들의 삶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배워왔다.


양양의 시를 읽는 순간,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내가 그들, 즉 자연에게 상당히 많은 빚을 지고있었다는 것이다.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내게 수많은 가르침을 줬던 자연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못살게 굴었던 것만 같다.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더 많은 것들을 깨닫고, 더 좋은 환경과 나를 가꾸기 위해 잡념과 낭비를 줄여야겠다.

그리고, 나의 다리를 더욱 튼튼히 만들어야겠다. 더 잘 걸어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 by. 최따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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