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따미 에세이
몸이 무거웠다.
최근, 체중도 늘어난 데다 피로도 축적돼 있는지라 심신이 중력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축- 쳐져 있던 때.
출퇴근 시 가볍게 움직이는 것 외엔 주말에 조금 걷는 게 전부였던 나.
사실 나는 걷는 행위를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 들어 몸이 많이 나태해졌다.
늘 체중조절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체질인지라,
온갖 다이어트 때문에라도 걷기를 생활화해왔다.
다시! 걷기로 결심한 어제!
나는 퇴근 후, 그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이참에 낯선 공간을 '제대로' 파악해보자는 생각과
불어난 체중을 점진적으로 감량해나가자는 작은 목표를 안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까지 걷기로 다짐했고,
낯선 땅, 이정표도 드문드문 있는 이곳에 나의 몸을 내던졌다.
직감과 의지를 믿고, 걸어나갔다.
가는 길은, 시골길과 좁은 도로만이 이어져 있다.
움직이는 거라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과 자연 뿐이었다.
마주친 사람이라곤, 도로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집 밖에서 바람을 쐬는 노인 두 명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낯선 도로 위를 걸었다. 그저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죽 이어진 도로는 갈래길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단순함을 자랑했다.
요며칠, 폭염이 극심했었다.
그래서 나는, 걷기 전 '더위 때문에 힘들겠다'라고 짐작했었다.
하지만 막상 걷다 보니, 더위보다 벌레들이 문제였다.
벌레들이 나를 너무도! 심하게! 반기는지라, 나의 양손은 자동적으로 와이퍼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얼마간 이어질지 모를 길을 계속 걸어나갔다.
걸어나가니 또 다른 위험 요소가 가중됐다. 바로 어둠이다.
하늘색이 변하면서 태양은 지고 달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곳은 시골길이다.
문제는 가로등마저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았다는 것!
빨리 걸어야했다. 온 힘을 다해 앞으로 걸어나갔다.
무조건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도' 먼 발치에서 아파트 불빛들이 보였다. 우선 그것만을 보고 향했다.
그런데 걷다보니,
달이 아름다운 거다!
그래서 잠시간 서서, 달빛을 감상했다. 아직 겁이 없었나 보다.
사람은 여전히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것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달빛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후, '사태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걸어나갔다.
드디어 '도심과 가까운' 곳으로 진입하게 된 나.
그때부턴 또 배짱 좋게 어슬렁~ 어슬렁~ 동네 구경을 즐겼다.
게다가, 방문하기로 계획했던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대여한 후 더위를 식힐 겸 관내에서 독서를 했다.
그후, 다시 집까지 걸었다.
험한 길과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걸었다.
집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가 되기 5분 여 전.
그렇게 나는 귀가를 위해 세 시간 가량을 걷고 오르고내렸다.
몸 아래에 펼쳐진 길을 따라 걸으며 정직하게 흘린 땀.
이 땀 덕분에 나는 최근에 흘려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긴장하지 않고 살아왔던 생활들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나의 계획은,
이 낯선 땅에 머무르는 동안 더이상 '이곳은 낯설지 않아!'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실컷 밞아보는 것이다.
정직하게! 밞고 감상할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훗날 돌이켜봤을 때, '후회없는 여행이었다'고 정리할 수 만큼 만끽할 것이다.
- 2016.08.09 -
걷는 동안의 하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