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사색은 엉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깊다.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는, 그녀의 여느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텍스트가 더 많다. 그녀가 삽십대 후반부터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쓴 에세이로,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녀가 이 책을 쓴 시기에 가장 힘들었던 때는 치통을 앓았던 몇 개월이었다고 한다. 심하게 아프다 보니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기뻤던 때는 몇 편의 만화를 완성한 것이라 고백한다.
걷고, 여행하고, 일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론이 어우러진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그 경험들 속에는 희로애락이 다양하게 서려있다. 사십대를 앞둔 미혼 여성. 마스다 미리는 언제나 그렇듯, 이 책에서도 여성들의 공감을 팍팍! 자극한다.
필자는 마스다 미리의 자신감을 사랑한다. 작가 역시, 책의 후기에서 '뭐랄까, 나는 나를 믿는다. 내게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 자신감은 그녀의 책들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솔직함!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담아낸 책들만 읽어도 작가의 자신감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를 존경한다.
쉬지 않고 책을 펴내는 그녀가 멋있다. 그녀가 펴낸 일련의 책들은 곧 그녀의 삶이다. 삶을 명백히 기록해낸 그녀의 삶은 마지막까지 찬란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속에서]
남자아이를 달래줄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뭐냐. 내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게 아닌가! 자전거에서 넘어진 본인도 참고 있는데, 그냥 멀쩡하게 걸어가던 어른이 울다니…. 한심했지만, 다정한 말이란 남에게 들을 때만이 아니라 자기가 할 때도 따스한 마음이 드는구나, 생각했다. - '다정한 말' 중에서
통증과 함께 일어나고 통증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일을 한다. 통증이 일상이 되었다. 이보다 더한 통증을 견디면서 사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겠지. 치통이 낫더라도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치통' 중에서
어른이 되면 즐거운 일 따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구나 생각했다. - '어른의 변신' 중에서
전철에서 내 책의 표지가 자~알 보이도록 들고 읽으면서 돌아간다. 작가니까, 그 정도 홍보는 하자!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신간 제목을 생각하면 좀 심란해진다. 전철에 흔들리면서 서른아홉 살의 내가 읽는 내 책 제목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가슴이 뭉클' 중에서
살다보면 마음처럼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 내키지 않는 일을 맡아야 할 때. 정말 진심으로 싫을 때는 거절해도 괜찮지만, 뭐, 마음먹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할 경우, 나는 언제나 앤을 떠올린다. 진심이 아니어도 된다고. - '앤의 마법' 중에서
한 아가씨가 상품을 들었다. 그것은 "카에라짱이 쓰는 것"이라고 한다. 머리를 꾸깃꾸깃 뭉친 다음 바르기만 하면 된다나. 나는 두 사람 뒤에서 손을 뻗쳐, 그 상품을 들고 얼른 계산대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서 시험해보았더니, 머리를 꾸깃꾸깃 뭉칠 때 어느 정도 꾸깃꾸깃해야 하는지를 몰라, 결국 지금도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니고 있다. - '꾸깃꾸깃의 수수께끼' 중에서
남에게 미움받지 않으려면 결국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 무난하다. 나도 굳이 미움을 사고 싶지 않으니 거절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다 응하다 보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무엇이? 내 정신이,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 일, 맡을 걸 그랬어"하고 후회했던 일이 지금까지 거의 없던 갓 같다. 아니, 없다고 생각한다, 없다. - '거절하고 싶진 않다' 중에서
작은 것을 선물하는 것은 뭔가 그리운 기분이 든다. 어릴 때, 학교 교실에서 친한 친구와 색종이며 유리구슬을 서로 나누던 느낌과 비슷한 기분. 몹시 행복하고 좋은 기분. - '기념품 물색중' 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우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다. 텔레비전 뿐만 아니라 '울리는 이야기'가 그렇게 좋다. 울면 득을 보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 '울지 말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