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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솔뫼성지·합덕성당

성지순례를 '일부' 경험한 날




걷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천주교 신자라면 당진 여행 시 솔뫼성지 방문을 권한다.

예상치 못하게 훌쩍 발 디딘 곳. 어떠한 준비도 없이 '걸을 만한 곳'을 생각하다가 버스를 타고 합덕으로 향했다.


합덕에서 내려 표지판을 보며 걸었다.

약 1km 정도 걸으면 솔뫼성지로 향할 수 있다.


솔뫼성지 내에서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그곳으로 향하는 길들이 더 좋았다.

버그내순례길이라 해서, 솔뫼성지와 버그내장터, 합덕제, 신리성지를 잇는 도로다.

농촌 풍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한적하고 평온한 길이 너무나 좋았던 거다.

한 발 걷다 '아', 두 발 걷다 '아아!' 하게 만들었던 길.



버그내순례길 표지판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는데,

때마침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2주년 행사 때라 차량통행 제한이 걸려서 더욱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걸으며 여름꽃들을 감상했고, 녹음으로 가득 찬 농지 풍경,

그리고 그 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주민들을 바라봤다.





물소리가 들리기에, 내천 쪽으로 걸어가 더위를 잠시간 이겨냈고

거기에 어우러진 녹음을 감상하며 안구의 열도 식혔다.





그렇게 즐겁게 걷다보니, 어느새 솔뫼성지에 도착.





교황 방문을 기념한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방문 2주년 기념행사 때문에 여러가지 부스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그런 상업성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피해다녔다.



큰 면적의 성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는 성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솔뫼'는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자리로,

솔뫼성지는 1784년 한국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부터 김대건 신부의 증조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아버지, 김대건 신부에 이르기까지 4대가 걸쳐 살았던 곳이다.


한국 최초의 사제가 신앙이 싹튼 곳.

그래서 솔뫼성지는 '한국의 베를레헴'이라 불린다.





나는 천주교신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지 내를 천천히 걸으니 가슴 한 곳이 뭉클해졌다.

십자가의 길을 메우는 조형물들이 안은 고통들을 이어받는 순간, 어찌나 짠해지던지….





'십자가의 길 The Stations of the Cross'

'십자가의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 혹은 비아 크루치스라고 하며,

'슬픔의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을 뜻한다.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진 사건을 기억하며 행하는 기도.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곳으로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미터의 길과

골고타 언덕에서의 십자가 처형,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14개의 주요 지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들은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나에게나 긍정 바이러스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성지 내에는 성당과 기념관도 있다.

기념관 내에서는, 김대건 신부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솔뫼성지 내에서는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걸으며 잡념들을 몸 밖으로 하나씩 버려나갔다.

그렇게 '알차게' 혼자만의 걸음을 걷고 사유의 시간을 가진 후 솔뫼성지의 방문을 마무리지었다.



합덕성당을 가보고자 걸었으나(걸은 거리는 한참이었으나 길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참고로, 솔뫼성지 입구에서 합덕성당까지의 거리는 4.64km, 신리성지까지는 11km이다.)


현재 합덩성당은 구 합덕성당과 신 합덕성당 두 곳이 있다.

내가 가보려던 곳은 단연 '구 합덕성당'이었다.


나는 여행을 아날로그식으로 (미련하게)하는지라,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하는 도보여행을 즐기는데,

어쩜- 주민들이 합덕성당을 모르는 거다! 당황 ... 다섯 명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

결국, 이날 합덕성당과의 연은 실패였다.

그 점은 아쉬웠지만, 덕분에 합덕 일대 구경은 신나게 했다.


포기하지 않고! 다음날 자동차를 타고 (구)합덕성당을 찾았다.





고딕 양식의 천주교 성당.

작고 아담한 성당이다.





방문일은 광복절이라, 기념 미사를 치르느라 신자들로 붐볐다.

그래서, 성당 내부를 둘러보지는 못하고 외경만 감상하다 돌아왔다.


성지 일대를 돌며, 나만의 신앙활동을 한 날.

성지순례를 다짐하고 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일부분 헤아릴 수 있었다.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날.

아주 조금 성장했음을 자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날이다.





- 2015.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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