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진 '필경사'

심훈의 '氣'를 느낄 수 있는 곳



친구가 날 보러 당진에 와줬다.

당진에 내려와있으면서, 이따금씩 나를 찾아오겠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정말 고맙다.

나는 이곳에 큰 볼거리가 없다며 '내가 갈게!'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내 생활이 깃들어있는 곳이 궁금하단다.


이번에도 나의 동갑내기 후배가 나를 찾아 아침 일찍 당진으로 왔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고, 우리들의 감성에 걸맞은 영화(제목은 '최악의 하루')를 보며 웃고 즐겼다.





친구가 당진을 떠나기로 계획한 시각은 오후 다섯 시.

영화를 보고 나오니, 두시 쯤 됐었고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빠른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당진의 웬만한 곳은 혼자 도보로 여행했었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들어가보지 못했던 곳이 있었고, 나는 그곳이 나를 찾아와준 친구와도 잘 맞는다 여겨 목적지를 정했다.




필경사!

차를 타고 필경사 언저리로 가보긴 했지만, 그날은 기념관 휴무일이라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나와 친구는, 자연을 좋아하고 또한 걷는 것도 좋아한다는 점에서 여행 코드가 맞다.

친구 또한 내게 "크게 힘들지 않게 힐링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었다.


필경사로 향하는 동안은 시골길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포도나무들이 심어진 농장이 있고, 그 외 다양한 시골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심훈이 다녔던 '상록수 교회'가 보이고, 그 반대편에는 '심재영 고택'이 자리잡고 있다.



상록수 교회



상록수 교회는 예쁘다. 크진 않지만, 시골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느 교회들과는 달리 세련미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역시나' 심재영 고택에 꽂혔다! "들어가 보자!"


키가 크고 날씬한 소나무들이 그늘을 형성하고 있는 곳. 짧은 길이었지만 삼림욕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지! 나는 녹색과 파란색, 그러니까 들판과 나무, 하늘을 보면 '열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역시 그랬다.





심재영 고택 바깥으로 서 있는 나무. 친구는 "난 저런 형태의 나무가 좋아요."라며 가까이 가길래 찍어줬다.





심재영 고택에는 현재, 심훈가 후손이 살고 있다고 한다.





똑똑!

작지만 예쁜(나는 토속적이며 전통적인 것들에 이같은 표현을 쓴다) 집으로 들어설 때면 늘 설렌다.





풍경 소리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풍경이 있는 풍경' 으캬캬! 라임 넣으며 즐거워하는 나. :D





'그날이 오면'이 적힌 액자. 왠지 가슴이 벅찼다.

마당을 메우는 각종 식물들과 앞과 위를 장식하고 있는 멋진 초가을 하늘! 이걸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에겐 완벽한 하루!" "맞지? 정말 좋다!" 우리는 쉼 없이 이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참 긍정적인 우리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풍경 소리에 취하고, 조금 '도전'하자는 취지에서 거주공간의 일부에 침입(?)하기도 한 우리. 방문객들이 한 명도 없어서, 여유롭게 이곳 풍광에 취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여행지를 사랑한다. 사람 없고, 자연으로 꽉 찬 풍경으로 채워진 장소.






필경사로 향했다.





예쁘게 조성된 곳이다. 필경사와 기념관 일대에는 '심훈'들로 가득하다.

몇 명의 심훈들이 있는데, 그 심훈들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하하하.





필경사는 역시! 아름다운 날씨와 어울리는 곳이다.


필경사는, 심훈의 문학 산실이었던 집이다. '심훈의 집'이라는 푯말이 '귀엽게' 벽 한 곳을 장식하고 있다.

심훈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당진으로 내려와독립하여 혼자 산 집이 이곳이다.

심훈의 대표작 <상록수>가 당진에서 집필됐기에, 이곳에 기념관 등이 있는 것.

심훈의 고향은 서울이다.



기념관을 들르면, 심훈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이자 언론인, 영화인이기도 했던 심훈. 기념관에서는 상록수를 집필한 책상도 만나볼 수 있었다. 왠지 앉으면 나도 멋진 글 하나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풉-).




평온했던 힐링여행.

필경사 일대에서 즐긴 짧은 만남(7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도 짧다!).

하지만, 이 여행! 정말! 너무나도! 미치도록! 좋았다.

벌써부터 친구가 그리워, 매일 연락하며 '빨리 보자'는 말을 주고 받는 우리.

소중한 사람과의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다. 또한 앞날을 기약하게 만든다.

환상적인 날씨는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데, 우리가 만났던 이날이 바로 그랬다.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본 영화는 <최악의 하루>였지만, 우리에겐 <최고의 하루>!"라고.

하~ 멋있는 말이어서 안 남길 수 없다고 판단. 기록해둔다.






2016.08.27.토요일.

잊지 못할 추억 하나 더한 날.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원도 양양 물치해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