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중에서
사실 냉소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편리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비관과 냉소는 대개의 경우 피폐한 자들의 가장 쉽고 편한 도피처다. 나는 냉소의 영향력 아래 있을 때가 제일 아늑하고 좋다. 글쓰는 자에게는 냉소적인 태도가 객관성을 담보해주기도 한다. 뜨겁고 충만할 때보다 냉소적일 때 했던 말과 글이 더 오랜 시간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곧잘 타인의 진심을 무시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정성을 주장하는 말들을 무시한다.
실제 모든 종류의 '진심'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호소다. 진심, 진정성은 주관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남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세상을 탓할 일도 아니다. 나의 진심은 너의 진심과 다르고 그것의 공존을 중재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
- 책 <버티는 삶에 관하여> 101쪽
(허지웅 지음/문학동네)
그러게… 진심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늘 자타에게 내뱉는 말, 진심. 진실 위에 놓인 진심이라면 굳이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가 표현하는 진심의 의미 자체에 냉소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진심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도, 기준치도 없으면서 그걸 곧잘 내뱉는다. 자타의 진심에 대해 너무 건방진 태도는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물며, 그것의 정의를 완벽히 안다고 하더라도, 진심이란 마음(心)이 배어있는 것이기에, 개별성이 존재한다. 개별 모두가 다르고 그래서 함부로 내뱉어서도, 타인의 그것을 재단해서도 안 된다. 정말이지, 진심은 표하는 순간 '호소'가 될 뿐이다. 진심은 사실 나의 것도 똑바로 내다보기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