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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일드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좋아하는 일드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나는 음식 일드를 볼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먹는 걸 즐기는 건 또 아니다. 일본 음식 일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들을 보는 재미보다는 작품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일본 음식 일드들에는, 번잡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내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감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아키코 역을 맡은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 때문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는, 개중에서도 <카모메 식당>을 가장 사랑한다. 그 작품 속 주인공 사치에 역을 맡은 배우 역시 고바야시 사토미이다. 겉보기에는 작고 가냘파보이지만, 뚝심 있는 그녀의 모습. 나는 그녀의 팬이기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들을 열심히 봐왔었는데 그 작품들 속 캐릭터들 대부분이 '뚝심 있는' 모습이었다. 묵묵히 자신의 가치관을 생활화하여 지켜나가는 그녀! 나는 고바야시 사토미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가 충분했다. 게다가 '음식'이 주 소재다. 그래서 감상하기 전부터 기대를 크게 가졌던 게 사실이다.


성급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의 결론부터 적어보겠다. 좋다! 음식 일드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감상해보길 권한다. 총 4부작이라 길지 않은 것 또한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키코의 어머니는 오래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럽게 죽는다. 아키코는 식당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때마침 회사로부터 부당한 부서이동을 권고받는다. 이에, 자신이 취미로 해오던 요리로 '자신만의 색을 지닌'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식당의 메뉴는 단출하다. 샌드위치와 빵이 전부다. 손님은, 샌드위치의 빵과 속에 들어갈 메뉴들을 선택하고 그날의 수프를 선택하면 된다. 식당의 규모에 맞게 메뉴도 단출하다. 직원도 아키코 외 한 명의 건장한 젊은 여성이다. 그날 준비한 메뉴가 다 떨어지면 시간에 상관없이 업무를 종료한다. 이것이 아키코만의 식당 운영 방침이다. 역시 고야바시 사토미의 캐릭터가 배어있다! 그 누가 뭐라하든 아키코는 자신의 철학이 담긴 식당을 자주적으로 운영해나간다. 식당 문을 닫은 후 그녀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고양이와 함께….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끼니를 위해 아키코의 식당을 찾기도 하지만 배부름과 영혼의 치유도 안아간다. 아키코의 오랜 지인들에서부터 임산부, 동네 어린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아이코의 힐링푸드를 먹고 만족해한다. 힐링푸드. 이 표현을 <카모메 식당>에서는 '소울푸드'라고 불렀다. 영혼이 깃든 음식. 음식은 '정신의 먹거리'이기도 하다. 음식 그 자체의 맛과 풍미도 있지만, 만든 사람의 정성과 애정이 서린 것일수록 음식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품질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지배할 수 있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의 색채는 화사하고, 온도는 따스하다. 베이지빛 드라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본 후에야 원작이 있음을 알았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도서를 쓴 무레 요코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의 원작 작가이다. 그녀만이 지닌 특유의 힐링 서적들. 그때야 비로소 '아' 하고 깨달았다, 내가 이 드라마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이다. 고바야시 사토미, 음식 일드, 무레 요코. 내가 좋아하는 삼박자가 고루 갖춘 이 작품을 내가 어찌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원작은 상황들이 드라마에 비해 훨씬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드라마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면, 원작 소설도 읽어보길 바란다.



쌀쌀해지는 계절과 딱 어울리는 메뉴, 따끈한 수프가 등장하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그래서 가을, 겨울녘에 더욱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삶에 대한 메시지도 담백하게 배어있으니, 이만큼 좋은 일드도 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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