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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화려한 그들의 우울한 로맨스



1930년대 화려한 할리우드 상류층 사교클럽, 카페 소사이어티. 온갖 스타들과 유명 인사들이 모여드는 클럽을 운영하는 '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믿고 뉴욕에 사는 조카 '바비'는 할리우드로 입성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본 그는 화려한 카페 소사이어티 환경에 매료되지만, 금세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필의 비서 '보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반해버린 바비는, 그녀와의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역시나' 상황은 그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보니의 로맨스는 복잡하다. 그녀는 이전 연인과 결혼하고 바비는 버림받고 만다. 상심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형과 함께 카페 소사이어티를 경영한다. 순수하고 촌스럽기까지 했던 바비가 '잘 나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베로니카'를 만나고 그녀와 결혼한다. 큰 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바비에게 어느날 '색을 띤 그림자'가 등장한다. 바로 '보니'가 뉴욕에 등장한 것이다.





못다이뤘던 과거의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게다가 그와의 관계는 복잡하게 꼬여있다. 연인이 되기에는 위험한 관계. 하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당신의 선택은? 우디 앨런 감독은 여전히 '짓궂은' 상황 설정을 통해 관객을 혼돈에 빠트린다. 사회도덕적으로 일그러진 단면들을 보여주지만 그 상황을 놓고 100%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캐릭터들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했을 때, 발칙한 상상을 하고 캐릭터들의 동선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봤다면 우리는 그들을 욕할 수 없다. 아니, 욕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이성적인 인간도 사랑 앞에서는 감정이 앞서게 되는 법. 감독은, 이 '인간의 본성'을 적극 활용하여 관객들의 '본심'을 자극한다.


우리가 우디 앨런의 영화에 열광하는 앞선 이유 때문 아닐까?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하게 보이는 그들의 우울한 상황을 엿보는 일. 음탕함을 엿보는 일은 즐겁다. 염탐거리는 자극적일수록 좋다. 이것이 막장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다. 불륜은 사회도덕적으로 나쁘지만, 그것의 핵심인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고결하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꿈'이 있다.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 건전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많이) 있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본능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어쩌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본능대로 움직였다가는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아,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미치겠네!' 그렇다. 그래서 사랑은 힘든 법이다. 늘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고, 휘청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또 그 사랑이라는 게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는하는 것이다.


우디 앨런의 로맨스들이 늘 '찝찝함'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랑에는 결론이란 게 없으니까. 우리네 '진짜 현실'과 닮은 부분이 많기에 우디 앨런의 로맨스들은 영화의 끝을 봐도 개운하지 않다. 더불어, 그가 관객들에게 던진 질문들과 인용하는 철학자들의 말은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그래서 우디 앨런 감독이, 그리고 그의 영화들이 좋다. 그는 단순한 불륜 로맨스 전문가가 아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다. 혹자에게는 나의 이 생각이 화려한 포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일련의 작품들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잘 반영해내고 있다. 한 치도 정확히 내다볼 수 없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밞아나가는 인생이다. 비도덕적인 상황 속 주인공이 언젠간 나, 그리고 당신일 수 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초콜릿을 한 입 가득 배어 물었더니 쓰디쓴 순수 카카오였다. 마냥 속았다고만 생각할 것인가? 아니다. 이것이 인생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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