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 공감 충만한 타블로의 잠언집
<블로노트>는, '감성' 힙합퍼 타블로가 라디오를 진행하며 던진. 짧지만 강렬한 글귀들로 구성돼 있다. 타블로의 잠언집으로 볼 수 있겠다. 사회의 부조리,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고를 대변하는 글들, 우정과 사랑, 가족에 대한 글들까지. 다양한 소재 속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책을 접한 건, 처음이다. 몰랐는데, 8년 전에 소설도 펴냈다고 한다. 그의 문학성은 몰라봤지만, 음악성은 사랑해왔다. 에픽하이의 1집부터 현재까지의 음악 대부분을 좋아한다. 그들의 활동력도 좋아한다. 에픽하이의 콘서트를 몇 차례 찾았었고, 누구보다 '신명'나게 상황을 즐겼다. 에픽하이의 음악에는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한없이 신나게 만들었다가 어느 순간 우울에 젖게 만든다. 그 다양한 감정들을 유려하게 펼쳐내는 음악성에 빠졌었는데, 이제 나는 타블로의 문학성(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사상)에도 반해버렸다.
공감되는 글귀들을 추려 올리려는데, (거의) 대부분이라, 욕심을 부리면 저자와 출판사에 죄가 될 것 같아서 그나마 욕심을 억누르며, 뇌리에 강하게 꽂혔던 것들만 올려본다(그래도 많다). 책에는 타블로의 글들을 유명인들의 손글씨로도 만나볼 수 있어, 이색적인 감상미가 있다.
[책 속에서]
눈을 감으면 너만 보이는데
눈을 뜨면 널 볼 수가 없다는 게
날 미치게 해.
행복.
행하면 복이 옴.
명장면의 연출가는
세월이다.
제자리가
제 자리가 되어가네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뜻밖의 일이 돼.
귀신들의 대화를 엿들었어요.
"야, 쟤네 세상이 더 무섭다."
시간을 '흐른다'고 표현하는 걸 보니
엎지른 사람이 많았나봐.
올라갈 땐 계단.
내려올 땐 절벽.
사랑.
돈과 독은
참으로 돈독하게 붙어다니네.
어른들이 착각하는 '긍정'
"저는 (저에게) 좋은 생각만 해요!"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잖아.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갔고
개천에서 용쓰는 시대만 남았다.
이번만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이번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
함정.
이기적인 사람은
죽도록 외로워봐야 한다.
어떤 이에겐 청첩장이
초대장이 아닌 내용증명으로 느껴지겠지?
우울.
'우물'로 잘못 읽었는데
바로 그거였다.
사람을
계단으로 여기시다간
굴러
떨어집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주려고 할 때
내가 가장 아끼지 않는 것을 받으려고 하는 당신이
사랑입니다.
속삭임이 고함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는
한 사람을 한 발 뒤로가 아닌
한 발 앞으로 오게 해서다.
"잘못했어"와 "잘 못했어"는
같은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 사람이 말한다.
"선물? 너가 최고의 선물이지!"
포장지 뜯어도 같은 생각일까?
커피 마시면서 만나고,
커피 마시면서 이별하고.
커피는 사랑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