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맞이'하는 법!
죽음. 단어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섬뜩함을 '반드시' 겪는다. 태어난 이상, 맞을 수밖에 없는 죽음. 책 <숨>은, 죽음을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법들을 소개한다.
저자, 능행 스님은 2000년에 충북 미원면 정토마을에 불교계 호스피스를 설립한다. 호스피스는 병원에서 온갖 고통으로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닌, 전인적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한 방법'들을 익히고 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겪는 죽음에 대해서는 좀처럼 대비하지 않는다. 또한 잊고 있는 점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우리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잘 죽는 법(웰 다잉, well dying)'에 대해 설명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죽음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약 800여 개의 '죽음 카페(death cafe)'가 운영 중이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을 것인가. 우리는 이 '죽음 교육'을 다방면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이유는, 거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겪는 낯선 것들조차 두려움을 전하는데, 생의 끝이라는 죽음과 갑자기 마주한다면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크겠냐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대비하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하고, 죽음 또한 삶의 일부임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죽음 또한 삶의 일부임과 동시에,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고 이어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자연인 꽃도 언젠가 진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기에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의 목숨이 무한하다면,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무언가를 끝맺은 뒤 새로운 것이 시작되듯, 삶의 끝 뒤에서 또 다른 시작이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을 저자는 끊임없이 설파한다.
죽음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법. 그렇다. 결국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다루지만, 그것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뭐든, 반대편에서 생각해봐야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열심히 활동하는 낮이 있기에 잠을 청할 수 있는 밤의 중요성을 안다. 충분한 쉼이 있기에 노(활)동의 가치를 알고, 노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만이 쉼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처럼,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 열심히 살아가야 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일부인 죽음을 잘 맞기 위해 준비해야만 한다.
호스피스에 관한 영화 <목숨>과 연출자인 이창재 감독이 쓴 생생한 호스피스 이야기를 담은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를 좋아하는 나. 능행 스님의 책 <숨>을 읽으면서도 <목숨>, 그리고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가 끊임없이 오버랩됐다.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법! 이 책들과 영화가 삶의 질을 드높여줄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사실 '지금을 살라'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이 진정 현재를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