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립반윙클의 신부> 속 '나나미'는, SNS를 통해 연인을 만난 후 결혼까지 한다. 사실, 결혼 전부터 양가 부모는 이들의 결혼에 못미더운 눈치였다. 나나미는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친척 수를 채우기 위해 만능맨 '아무로'의 도움을 받는다. 이 역시, SNS로 이어진 끈이다. 아무로와의 인연의 시작으로, 다소 평탄했던 나나미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순진한 나나미는 SNS의 폐단을 제대로 경험한다. 소심한 성격인 그녀가 유일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공간이었던 SNS가 공포의 대상으로 돌변한 것이다. 조작된 오해로 이혼 당하고, 빈털터리 신세가 된 나나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던 그녀에게 아무로는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나나미는, 거기에서 만난 가짜 가족들 중 한 명인 '시로'와 짧은 친분은 나눈다.
잊을만 하면 나나미 앞에 불현듯 나타나는 아무로. 이번에는 '엄청난 조건'의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주인 없는 집을 관리만 해주면 한 달에 100만 엔을 주겠다는 거다. 미심쩍기는 하지만, 결국 승낙한 나나미는 또 다른 도우미로 소개된 시로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직장과 남편을 잃은 나나미. 심지어 마음 터놓을, 힘든 일이 있을 때 술 한 잔 기울이며 얘기 들어줄 지인 한 명 없던 그녀는 시로와 친구가 된다. 이렇게 둘은 앞으로도 행복할 것처럼 보여진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만이 나나미를 비춰줄 것만 같다. 하지만, 역시나, 신은 나나미를 가만 두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터널 앞에 서고 만다.
어찌됐든 영화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나나미가 평온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정적(靜的)이며 깨끗한 분위기의 집을 얻은 나나미. 그녀의 앞날은 분명, 이전보다는 단단해질 것이다. SNS라는 세계 위에 설치된 사상누각의 인간관계. 단시간에 겪은 나나미의 우여곡절을 보노라면, 롤러코스터를 몇 차례 탄 것처럼 지친 기운을 전해받을 수도 있을 것.
우리 모두 '나나미처럼은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나미가 발 디뎠던 세계와 겪었던 사건들은 지금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SNS의 해악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SNS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순기능도 있다.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과 허영이 넘쳐흐르는 공간에서 '진짜 인연'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갈 것인가? 그러면 또 답답해 죽을 것이다. SNS 활용의 범위. 어디까지가 정당할까? 물론, 모든 것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이 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를 덧붙인다. 우리에겐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나나미와 시로가 우정을 나누는 임팩트 있는 신(scene)들은 여느 그것들보다 아름다웠다. 많은 관객들은, 이 아름다움을 통해 '진짜 관계'에 대해 관조할 수 있을 것이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사회 비판적인 동시에 감수성이 짙게 밴 영화다. 어이없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는 쌉싸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