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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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동기와 목적은 항상 뚜렷할까? 영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은 살인의 의미와 동기에 대해 질문한다. 영화는 전혀 관계 없는 세 남자, 젊은 청년 '야체크', 택시 운전기사, 젊은 변호사의 일상들을 다룬다. 그들의 일상을 무심하게 따라가는 동안,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특히, '야체크'의 눈빛과 행동은 기이하다. 보복심에 불타있는 듯 눈빛이 달아올라있고, 행인들을 이유없이 괴롭힌다. 세상을 향해 작은 돌을 던지지만, 그 돌은 큰 사건으로 번진다. 이런 크고작은 악행을 하며 거리를 방황하는 그. 분명히 무슨 일을 터트릴 것만 같은 인물이다. 그 자체가 서스펜스를 쥐고 있다. 그가 걷는 거리는 핏빛과 어둠으로 가득하다. 늘 어둠이 따라붙은 운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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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기사는 까칠한 중년이다. 그 역시 내면의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차 안의 섬뜩한 장식물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어느날, 야체크는 이 택시기사의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기 전 그는, 두꺼운 밧줄을 단단하게 동여맸다. 살인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다. '아니, 왜?'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 까칠하던 택시기사는 그렇게 이유없이, 잔혹하게, 죽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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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야체크는 체포된다. 그리고 젊은 변호사는 첫 변호 대상으로 '하필' 야체크와 마주한다. 변호사는, 끝내 야체크의 목숨을 변호하지 못한다. 야체크는 사형을 판정받는다. 자신이 살인방법으로 택했던 목 조름을 본인이 당하게 되는 것. '살인을 행한 자, 죽음으로 벌받게 되는 격'이다. 야체크가 사형 당하기 전, 그는 자신의 '사연'을 변호사에게 설명한다. 자신이 이런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는 순간, 변호사는 괴로워한다. 또한, 자신이 야체크가 살인을 준비했던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한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부조화와 부조리가 서려 있다. 사실, 인간 세상 그 자체가 그것들의 연속이다. 신은 우리에게 '살인하지 말라'고 명했지만, 우리들의 본성 깊은 곳에는 폭력성이 있다. 살인을 저지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모두에게 내재돼 있는 것이다. 감독은 이 점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과연 이 영화에서 폭력적이지 않은 인물이 존재할까? 물론, 이 질문은 영화 속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본성과 사회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다큐멘터리적 전개 위에 색과 빛을 다채롭게 활용해내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 특유의 연출력은 이 작품에서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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