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언니의 신작 <너의 곁에서>가 등장했다. 그녀의 다른 책들에 비해 운치 있는 제목이다. 이 책은, 지난 2012년에 국내에 소개된 책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마스다 미리의 책 중에 내게 '베스트'는 <주말엔 숲으로>였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내겐, <주말엔 숲으로>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마스다 미리는 작가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 같아, 일방적으로 '언니'라고 부른다.
<너의 곁에서>에서는 <주말엔 숲으로>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세 명의 여자, 하야카와와 마유미, 세스코가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 히나와 그녀의 엄마도 등장한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에서의 성적 주체는 여자다. 남자인, 히야카와의 남편과 그녀의 아들 토리도 등장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여자들이다.
<주말엔 숲으로>에선 싱글이었던 여자들의 상황이 <너의 곁에서>에서는 조금 달라졌다. 히야카와는 엄마가 됐다. 치과의사 남편 마모루와 사랑스럽고 착한 토리와 함께 숲 근처에서 살아가는 그녀. 마유미와 세스코는 도쿄에 살면서 이따금씩 히야카와의 집을 찾는다. 여전히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그녀들이 부럽기도 했다. 또한, 그녀들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위트가 넘친다.
<주말엔 숲으로>에서처럼, <너의 곁에서>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주는 교훈이 만나볼 수 있다. '친절한 나무'라 이름지어진 밤나무,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으나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다는 식물계의 진리, 날아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씨앗의 진리 등이 일깨워주는 삶의 가치들.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르침이다.
히야카와는, 토리의 엄마이자 마모루의 부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동시에 온전한 자신만의 삶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1년에 한 번 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에 이끌리거나 상황에 순응만 하는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멋있다. 더불어, 그런 관념을 지니고 있는 그녀이기에 타인의 삶 또한 개별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숲 시리즈' 책을 읽다보면 얻을 수 있는 건 자연이 주는 가르침 뿐만 아니라, 식물계 전반, 그리고 일본 먹거리에 대한 정보들이다. 늘 꿀팁을 주는 '언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이 책을 아침 일찍 읽었다. 만화에세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 깊숙이 서려있는 메시지는 하루를 보다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다. '더 성장'한 여자들의 이야기 덕분에, 나 역시 한 뼘 더 성장한 기분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개의 문장들을 공유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책 속에서]
히나: "씨앗과 마찬가지로, 날아가지 않으면 난 성장할 수가 없잖아."
히야카와: "씨앗이 엄마 나무 바로 아래에만 떨어지면 클 수 없으니까요."
히야카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어도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어."
마유미: '아무런 역할도 없는 생명체 따위 있을 리가 없지.'
마모루: "1년 내내 열심히 살 수 있다니 상록수는 참 대단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