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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움받을 용기 2>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배우는 일과 교우,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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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핫한 책들 중 한 권인 <미움받을 용기>의 후속편이 등장했다. 첫 편의 인기에 이어 두 번째 책 역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범인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어려운 전문용어를 전혀 쓰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인생의 모든 문제를 설명한다.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과 닮은 울림을 갖고 있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는 이들은 쉽게 만들어진 삶의 지도를 받아들게 된 셈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심리학 서적이라고보다는 철학·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책을 읽은 후 자신만의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책은, 지도일 뿐이다. 나침반을 들고 삶에 뛰어들어야 할 주체는 독자 자신이다.


책에서는, 아들러가 주장하는 삶의 세 가지 과제 '일'과 '교우', 그리고 '사랑'을 잘 수행해나가는 방법(끈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화의 주체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철학자와 청년이다. 청년은, 선생님(교육자)으로서 실무에서 경험한 바들을 토대로 아들러 심리학에 반문하기 위해 철학자를 찾는다. 청년은 철학자에 대해 '서재 속에 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소크라테스'라고 표현한다. 청년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이들의 흥미진진한 대화는 독자로 하여금, 참여 욕구를 부추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청년의 편에 설 것이다. 뜬구름 잡는 이상가는 '몽상가'로 낙인 찍히게 마련이다. 이 이상만 추구하는 몽상가가 바로 철학자다. 어쩌면 청년은, 이론과 현실(실천) 모두를 경험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청년은 전편에서처럼 아들러 심리학(과 철학자)에 대해 고개 끄덕이고 만다.


그렇다면, <미움받을 용기2>에서 제시한 인생의 과제를 잘 수행해나가는 근간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이 책의 대부분은 '교육'에 초점을 둔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교육의 목표는 '자립'이다. 그리고 교육자는 자립을 위한 '카운슬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립을 위한 카운슬러가 염두에 둬야 할 가치관의 근간은 '존경'이다. 철학자는 교육의 장인 교실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비유한다. '교실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교육자는 독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독재자가 이끄는 조직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칭찬과 비난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철학자가 대변하는 아들러 심리학이다. "독재가 판을 치는,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공동체에서는 옳고 그름에 관한 온갖 법이 리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되네. 국가는 물론이거니와 회사 조직과 가정,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네. 게다가 그렇게 정해진 법은 상당히 자의적으로 적용되게 마련이네."


청년은 주장한다.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이다. 칭찬함으로써 아이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이에 반대한다. '어떠한 상벌도 경쟁도 없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면서, 칭찬받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 속에서는 자연스레 경쟁이 뒤따르고, 경쟁은 곧 민주주의를 해치는 원인이 된다고 말이다.


온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사람들은 나의 적이 아닌 친구다'라는 관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아들러 심리학은 수평관계에 기초한 '민주주의 심리학'이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정욕구를 부정한다. 인정욕구(칭찬)에 사로잡힌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란 나머지, 어느새 타인의 요구와 희망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즉,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평가일 수 있는 칭찬이나 비난을 하지 않고, 개인을 '존경'하는 것이 올바른 카운슬러의 역할이다. 자립, 즉 나의 가치를 내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카운슬러(교육자)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존경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빌어온다. 에리히 프롬이 밝힌 '존경'은,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보는 것,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따라서, 카운슬러는 아이를 야단쳐서도 안 되고, 화를 내고 질책하는 미숙하고도 폭력적인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칭찬 또한 공동체 안에서 경쟁원리를 낳고, 아이들에게 '타인은 적이다'라는 생활약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에 근거한 교육 방식이다.


이는, 교우와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교우와 사랑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카운슬러인 교육자는, 상담자 및 학습자를 '한 명의 친구'로 대해야 한다. 이는 아들러의 카운슬링 방식이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타인으로부터 오는 고통도 있지만, 그들로부터 행복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관계로부터 도망치려해도 이는,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공동체 감각 때문에 피할 수 없다. 공동체 감각은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돼 있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마음(생각)보다 신체가 뒤떨어지기 때문에 '나약함'을 지니고 있다. 이 인간 본연의 나약함이 공동체 감각을 발굴해왔다. 따라서, 소속감,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들러가 강조한 삶의 과제 중 '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일을 통해 협력을 배우고 사회에 공헌한다. 인간은 나약함을 타고났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 '분업'은 필수적이다. 분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믿어야만 한다. 그럼으로써 신용이 싹튼다.


일로 하여금 신용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을 함으로써 인간은 이기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립'을 경험하게 된다. 자립이란, 자기중심성으로부터의 탈피이기도 한데, 사랑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데에서 벗어나 타인을 존경하고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따라서 책에서는, 사랑이 진정한 자립이라고 말한다. 아들러가 일관되게 설파한 것은 능동적인 사랑의 기술, 타인을 사랑하는 기술이다. 타인을 사랑할 때만 공동체 감각에 도달할 수 있다.


결국, <미움받을 용기 2>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올바른 존경'이라 결론내리고 싶다. 개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바로 서야, 타인과의 관계(교우와 사랑, 일)맺기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근간은 '존경'에 있다고 본다. 대화식 문체로, 읽는 재미가 가득한 책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 철학자에 대한 청년의 생각처럼, 아들러 심리학을 서재에 갇힌 이상론으로 규정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지식)은, 확실히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은, 독자들에게 결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책을 읽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하여, 더 나은 개인과 공동체를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미움받을 용기> 시리즈는 분명, 독자에게 '선(善)'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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