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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미>

사고뭉치, 통제불능인 스티브는 보호시설에서조차 사고를 치면서 엄마(디안)와 함께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사별로 홀로 스티브를 키워온 디안은 모성으로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스티브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물론, 디안 역시 스티브를 사회적 시선들과 같이 구제불능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회가 스티브를 '통제'하는 것과는 달리 디안은 그를 '자유'를 기반에 두고 키운다.


타인들은 말한다. 사랑과 구원은 '다르다'고…. 하지만, 스티브와 디안은 알고 있다. 사람은 통제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으며, 자유에 기인하며 살아야 함을…. 아무리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그들이라 할지언정 삶은 그들을 자유롭게 내버려두지만은 않는다. 모든 게 내 맘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예상치 못하는 변수와 내 맘대로 행동하지 않는 타인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객체들일테다.



디안과 스티브 외에 <마미>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이웃집 여성 카일라. 그녀는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년 전부터 생활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가정과 자존감을 지켜내는 데 힘겨워하는 그녀. 디안과 스티브와 '우정'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치유가 시작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들 모두는 '결핍'을 안고 있다. 누가 봐도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는 스티브는 심각한 HDAD를 겪고 있는가 하면, 디안의 삶의 무게 때문에 감당해야 할 내외면의 짐을 안고 있다. 카일라 또한 사회생활에 있어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으며, 보여지는 것보다 더 큰 내면의 돌덩이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이 세 명의 결핍은, 사회의 통제와 편협된 시각 속에서 살아간다. 세 명은, 자비에 돌란 감독의 1:1 화면구성비 안에서 답답하게 그려진다. 1:1 화면구성은 그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물의 내면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지닌다. 배경을 배제한 채 인물(혹은 사물)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이 구성비! 자비에 돌란 감독이 집중해오던 '장면의 미학'이 이번에는 화면구성비로 한 탕 한 셈이다. 더불어, 포커스의 이동과 고속촬영 등의 기법으로 미학에 힘을 더해, 관객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1:1 화면이 우리에게 익숙한 16:9 로 바뀌는 부분은 두 신(scene)이다. 바로, 세 인물이 '진정한 자유'를 찾았을 때인데 그때 만큼은 세상의 모든 짐과 구속에서 벗어나 그들이 순수하게 행복해보이는 때다. 


이렇게 결핍을 안고 있는 세 인물이 모여, 우정과 사랑을 나누며 구원과 치유를 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 <마미>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하지만,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며 달달한 상황만을 그려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모성, 우정, 구원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애 최상의 가치들을 아름답게만 그려낸다면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영화'였을 것. 하지만, 개인으로서, 그리고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감당할 수 없는 한계와 시련 등을 그려냄으로서 '성장'에 대해 고민한 것이 <마미>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다.


삶이 사랑과 시련으로 점철돼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마미>. 애증으로 뒤섞인 우리네 삶과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보는 내내 '심쿵'하게 만들었던 영화<마미>.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한 자비에 돌란은 그의 작품에 주연급으로 등장하기로도 유명한 감독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자서전을 써내는 감독, 자비에 돌란. 이 영화를 보며 그의 과거가 궁금해지기도 했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내면과 냉철한 이성을 동시에 겸비한 그의 철학에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다. 또다시 기다려지고 기대하게 됐다, 그의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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