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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앙: 단팥 인생 이야기>

깊고 진한 인생 이야기

깊고 진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워낙 일본의 음식 콘텐츠를 좋아하기에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도 반드시 감상해야만 할 작품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거기에, 연출은 가와세 나오미. 내게 있어 이 작품은 의무적으로 감상해야만 할 그런 영화였다.


웬걸…. 기대를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도라야끼의 핵심인 단팥을 정성스레 만들어내는 도쿠에의 인생 이야기는 사연 있는 센타로, 와카나의 삶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도쿠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가 손자·녀들을 따듯한 방에 앉혀놓고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그 이야기에는 특별함은 없다. 정직하고 단조롭다. 하지만, 그 점이 인생의 특별한 단팥 같은 것이다. 우리는 햇살과 바람을, 그리고 자연을 느끼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들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존재. 그렇기에 애써 특별한 존재가 되려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 괜찮다. 힘들어도 자유롭게, 자신이 가고픈대로, 하고싶은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할머니의 따듯한 위로. 그 위로가 도쿠에가 만들어낸 단팥의 '특별한 맛'의 비결이었다.



도쿠에를 만나기 전에 센타로가 만들어 냈던 도라야끼는 속 빈 강정에 비유할 수 있겠다. 빵은 괜찮았지만, 팥소는 어딘가 부족한 그런 것. 그 결핍을 채워준 것이 육체는 나약하지만 정신으로 채워진 도쿠에의 위로였다. 와카나의 새장에 갇힌 삶 또한 도쿠에로 하여금 자유를 찾게 된다. 다행히도, 도쿠에의 손자·녀 같은 둘은 할머니 이야기의 의미를 잘 새겨듣는 착한 인물들이었다.


영화를 감상하며 나 또한 내면의 치유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바람에, 햇살에, 그 모든 공기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아름다운 벚꽃들처럼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새 생명을 선사해준 듯한 힘을 지닌 작품이다. 일순간의 꿈처럼 센타로와 와카나에게 날아 온 요정같은 인물, 도쿠에. 그녀가 떠난 후의 싱그런 여름날의 나뭇잎들처럼 나의, 그리고 우리들의 앞날에도 생명력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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