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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택시>

영화의 '진정성'에 대한 물음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공화국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20여 년 간 영화제작 및 해외 출국,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 가택연금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이란 감독 나파르 파나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한 시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 결과, <택시>라는 영화로 2015년, 제65회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다.


가택연금 중에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닫힌 커튼> 등 연출에 의한 '가짜 현실'을 담은 영화들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꾸준히 해온 나파르 파나히 감독은, <택시>를 통해서도 작가정신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감독은, 억압된 영화제작의 환경 속에서 '택시'라는 공간을 활용한다. 그의 활동 범위는 좁지만, 택시에 탑승한 손님들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 환경에 처한 이들이다. 선생님, 인권변호사, 강도, DVD대여인, 감독지망생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과 죽음이 임박한 남편과 함께 탑승한 여인, 주어진 시간 내에 금붕어를 풀어줘야 할 광장으로 향해야만 하는 자매 등 긴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어, 감독의 조카와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도 탑승한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택시라는 좁고 닫힌 공간으로 들어온다. 현실에는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 운행하는 택시는 움직임과 시야가 극히 제한돼 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블랙박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검은 자'들로 인해 장막이 씌어지고 심지어 도난당하기까지 한다. 현실의 '날 것'을 그대로 반영하려는 감독의 의지는 조카의 언행에서 상당 부분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소재는 '현실 위'에 있다. 즉, 현실을 반영하고 그것들을 통해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것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주된 이유다. 하지만, 그 주된 목적은 국가의 검열로 인해 상실된다. 현실의 날것이 드러날수록 배급의 기회는 줄어든다. 배급되어, 영화가 재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연출된 '가짜 현실'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조카가 과제-배급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를 위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한 소년의 에피소드는 가공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을 가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영화에 '진정성'이라는 게 배어있을까?


감독은 <택시>를 통해, 진정성이 결여된 '배급에 성공한 영화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진짜 현실을 반영한 배급되어지지 못한 영화들과 그것을 제작한 감독들을 위로한다. 감독이 지향하는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형식은 페이크다큐멘터리다. <택시>는, 영화의 진정성에 대해 물음하고, 억암된 표현의 자유와 감독으로서 상실된 인권, 영화의 현실(자본과 배급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나아가, 상업적인 성공에서 힘을 잃은 감독들과 그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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