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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다.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는 등 가정을 꾸린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 때문에 나 역시 완전히 결혼에 대해 자유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결혼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그 시기는 일찍이 지나가버렸다. 사실, 좀 더 이른 시기(다른 친구들보다 더 빠른)에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만 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미련이 덜한 것 같다. 사실 나는, 결혼을 꼭 해야만 한다는 주의는 아니다. 비혼주의의 입장도 조금은 갖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 <결혼하지 않는다>를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35세 싱글녀 타나카 치하루. 그녀는 결혼을 희망하지만 못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그녀는 공원에서 우연히 44세 싱글녀 키리시마 하루코를 만난다. 젊은 시절, 유부남 상사와 연애했다가 상처만 껴안은 그녀는, 결혼에 대한 미련을 떨친 상태다. 그녀는 당당한 골드미스다. '일과의 결혼'을 택한 상태다. 하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꽃집 점장으로 좌천(?)된다. 조경디자이너였던 그녀가 꽃집 점장이 됐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 워커홀릭인 그녀는, 홀로 살아갈 앞날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치하루와는 조금 반대되는 성향의 인물이다. 하루코는 언니로서 치하루에게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일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치하루와 하루코의 의견 충돌은, 30~40대 싱글여성들의 공감대를 아우르기에 적절하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상황에 놓인 싱글녀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비혼주의 싱글녀. 싱글녀들의 유형은 크게 이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결혼하지 않는다>는, 결혼만을 다루지 않는다. 작중 남자주인공 준페이는, 미대를 졸업했지만 미술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그는, 하루코가 점장을 맡게 된 꽃집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준페이는, 현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꿈을 접고 꽃집에서 근무 중인 것이다.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 바로 치하루다. 그녀는 여행사 계약직원이다. 정사원이 아닌 그녀는 앞날에 대해 불안하기만 하다. 그녀의 결혼 희망사항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맞설 '안정을 찾고자 하는 마음'도 서려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결혼적령기가 늦춰지고 있다.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결혼 시기가 늦춰지지만, 개중에서도 큰 몫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경제력'이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다, 직장생활도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보니, '현실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결혼은 당연히 뒷전일 수밖에 없다. 꿈을 좇을 것인가, 현실을 좇을 것인가. <결혼하지 않는다>에는 이에 대한 고민도 서려있다.


하지만, 역시나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예상가능한 로맨스는 현실로 이어지고, 결혼에 뜻이 없었던 하루코도 사랑의 대상을 찾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나는 드라마! 이 드라마의 주제는, 결혼 자체를 사랑과 결부짓지 말라는 점에 있다. 사랑은 하되, 결혼이라는 제도에 속박되지 말라는 메시지! 사랑이 이어져 결혼으로 발전한다면 최상의 행복일 수 있겠지만, 결혼을 위해 사랑을 꾸며내는 건 지양해야 한다. 삶의 안정을 위해, 남들이 다 하니까, 할 때가 된 것 같으니까, 아기를 낳아야 하니까 등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고민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혼은 옳지 않다는 것. <결혼하지 않는다>가 전하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에는 매 화마다 꽃말이 등장한다. 각 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걸맞은 꽃들의 등장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었던 멜로드라마다.




다양한 꽃들과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 :D


일본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결혼하지 않는다>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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