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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 감독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들

그의 영화들 훑기

안녕하세요, 최따미입니다.

이번에, 실뱅 쇼메 감독의 영화 <벨빌의 세 쌍둥이>가 국내 첫 정식개봉을 하면서

KT&G 상상마당시네마에서는 '실뱅 쇼메 감독 특별전'을 개최했습니다.


이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는 세 편인데요.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필자가 감상한 세 편의 영화에 대한 감상평.

함께 만나보시죠. :)





벨빌의 세 쌍둥이



이 영화는 '참신'하다. 애니메이션이 다뤄왔던 소재들과는 확실히 차별성이 있는 작품이다. '범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영화. 이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자극되지 않는가?


도입부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작품. 신나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어깨는 들썩, 발은 자연스럽게 스텝을 밞고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세 쌍둥이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소년(그리고 성인) 챔피온, 그의 할머니와 강아지다.


할머니와 살아가는 챔피온의 유일한 낙은 자전거타기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에게 자전거와 외로움을 달래줄 강아지를 선물한다. 가족 하나가 더 생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지렛대가 생긴 챔피온은 잘 성장하여 자전거 선수가 된다. 투르 드 프랑스 경기에 참가한 그는, 갑자기 사라진고 할머니는 손자를 찾기 위해 강아지와 함께 나선다. 손자를 찾기 위한 할머니(와 강아지)의 여정을 다룬 영화가 <벨빌의 세 쌍둥이>이다. 그렇다면, 왜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세 쌍둥이의 공연이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했는가? 챔피온의 생활과 상황과는 걸맞지 않은 흥겨운 공연 시퀀스는, 사실은 영화를 이끌기 위한 '중요한 단서'였다. 


마피아 그룹에 납치된 손자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들이 세 쌍둥이이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이어지는 세 쌍둥이의 재즈 공연과 챔피온을 구하는 액션 신은 그녀들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녀들을 통해, 음악 공연과 액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었다. 


이렇듯 <벨빌의 세 쌍둥이>는, 2D애니메이션이지만 과장성을 입은 특유의 그림체와 역동적인 움직임은, 실사 영화 그 이상의 역동성을 선사한다. 실뱅 쇼메 감독은 '프랑스 대표 애니메이터'로 불린다. 그의 작품들(애니메이션과 실사 모두)은, 음울함과 감동을 동시에 안고 있다. 슬픈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지만, 그 상황으로부터 결국 해방되면서 관객들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감독이 그려낸 주인공들은 쓸쓸함을 안고 있다. 또한 마음 속 깊은 곳엔 향수(鄕愁)와 가족애가 서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실뱅 쇼메 감독의 작품들에 열광한다. 그 열광의 요소에는 비주얼리스트로서의 역량도 큰 몫을 한다. 시청각은 물론, 온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벨빌의 세 쌍둥이>. 추천 작품이다.




일루셔니스트



설 곳을 잃어가는 늙은 일루셔니스트가 순박한 소녀 앨리스를 만난다. 앨리스는, 자신이 소망하는 것들이 일루셔니스트의 마법에 의해 이뤄지리라 믿으며 일루셔니스트와 동행한다. 하지만, 현실은 마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마법과 현실을 오가며 처절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처절한 이 영화는 감성적인 연출에 의해 더욱 진한 슬픔과 감동을 전한다. 가장 슬픈 것은, 캐릭터들의 순박한 아름다움 속에 내재된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동시에 보여진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진짜' 인간의 삶,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공감도를 이끌어낸다. 삭막한 길, 낡은 무대 등의 배경과,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고 입고 싶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상황들은 마법사가 주인공인 여느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랑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이 감동은 순박한 캐릭터들에 의해 더욱 아름답게 와닿는다. 하지만 배경은 슬픈 현실을 한 순간도 잊지 못하도록 감상자들을 붙들어놓는다. 영화는, 잃었던 순수함을 되찾아주는 동시에 사랑을 향한 '진짜 마법'을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이 영화는 실뱅 쇼메 감독의 첫 실사영화다. 프랑스 영화들을 크게 둘로 나누자면,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쁘띠한 판타지가 돋보여 사랑스러운 유형. 필자는 이렇게 분류하곤 하는데, 물론 사랑스러운 영화들에서도 현실적인 끈은 놓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이 둘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작품인데, 유치한 사랑스러움이 보다 돋보이는 작품이다. 피아노 연주를 하며 빵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인 33살의 폴. 부모를 2살에 여의고 이모들의 돌봄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부모의 사망원인은 모르지만 그 장소에서 그들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불확실한 기억에 휩싸여 실어증까지 겪고있다. 사회생활은 커녕, 삶 자체도 건조해져버린 그는 어느 날 '마담 프루스트의 집'에 들어가면서 기묘한 중독에 휩싸이게 된다.


마치 하나의 정원처럼 풀과 열매들로 뒤덮인 공간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다. 이곳에서 건네받은 차 한 잔으로부터 기묘한 기운을 받게 되고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비밀스러운 티 타임'을 지속적으로 갖기 시작한다. 마담 프루스트만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해 진실과 추억과 만나게 되는 폴. 그 과정에서 잊고있었던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앞서 짧게 언급했지만, 프랑스 영화에서 마냥 아름답기만 한 작품은 찾아보기 드물다. 부모의 사망장면과 마담 프루스트의 아픈 현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냉대는 이 영화에서의 가혹한 현실 부분에 속한다. 하지만, 마담 프루스트의 말처럼 성장을 위해서라면 '충격'이 있어야 하는 법. 새장 속에 갇힌 냥 살아오던 폴이 결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 '충격 덕분'이었을 터. 


아프기도, 사랑스럽기도 한 것이 우리의 인생일진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한 남자의 사연을 플래시백 형태로 담아내면서 성장과 성공의 결론으로 이끌어낸다. 플래시백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프레임 사각끝의 블러처리,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 듯한 엔딩장면은 유치하지만 사랑스럽다. 아픔과 슬픔, 유치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아멜리에>의 남성 버전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영화는 말한다. 자신의 꿈을 좇아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그리고 '인생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 충격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 또한 비껴갈 수 없는 인생의 단면이다'라고 말이다.


마치 인상주의풍의 그림을 보는 듯한 미장센들과 중간중간 지루함을 달래 주기 위해 등장하는 뮤지컬적인 요소는 영화에 유희를 더하는 요소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난 후라면, 급하게 허기질 듯. 지속적으로 베이커리를 먹어대는 폴과 프루스트의 정원에서 제공되는 티와 마들렌이 영화를 보는 내내 배고픔의 신호를 계속 보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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