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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공감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다시 감상했다. 확실히 같은 작품이라도 언제 감상하느냐에 따라 감흥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나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그러니까 작년 4월에 처음 감상했었고,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다시 다시 만났다. 그때와 지금의 감상 차이는 크지 않지만, 확실히 다른 느낌은 있었다. 그 다름은, 영화의 메시지를 좀 더 집중하며 깊이 들여다본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일본 여류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들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영화와 동명인 작품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그 책 한 권만을 끌어오지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Sue, Mai & Sawa: Righting the Girl Ship>이다. 물론, 영화의 주 소재는 연애와 결혼에 집중돼 있지만 내용은 수짱 시리즈 모두를 아우른다.


수짱


영화의 주인공은 세 명이다. 카페 매니저 수짱과 골드미스 마이짱.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사와코상이 그들이다. 수짱은 카페 매니저로서의 자격이 충분할 만큼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하지만 연애는 숙맥이다. 이전 매니저를 짝사랑했지만 그와의 사랑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이짱은, 프로페셔널한 직장생활을 하지만 유부남과의 힘든 연애 중이다. 하지만, 그 사랑의 끝을 결정내리고 제 2의 인생을 찾아나선다. 마이짱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엄마. 두 명과 생활 중이다. 집 안인 주 활동무대인 그녀는 어느날 우연히 옛 동창생과 만난다. 그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역시나 '삐걱'하고 만다.



마이짱
사와코상



이 영화는, 30대 미혼 여성들이 고민할 법한 이야기들을 옮겨놓는다. 많은 이들이 결혼하는 편을 택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필수조건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뭐든지 적절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지만, 짝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연을 맺는다는 건 그야말로 '억지'다.


원작인 '수짱 시리즈'에서는 수짱에게 포커스가 집중되지만, 영화에서는 세 명의 캐릭터 모두의 삶을 골고루 조명한다. 시기가 되면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는 결혼. 하지만, 이 중요한 관계를 억지로 짜맞추려하고, 앞서 고민한다고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물론, 결혼적령기라 불리는 시기에 다다르면 괜히 쓸쓸한 감정이 온 몸을 휘감을 수 있다. 영화에서 수짱이 느끼는 감정이 그러하다. '이 쓸쓸한 느낌, 몇 번이고 경험했다. 지금 나를 쓸쓸하게 만드는 건 뭐지?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서 일도 돈도 없고 누워서 거동도 못하는데 의지할 사람도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난 혼자서 쓸쓸히 죽는 걸까? 내가 한 선택들은 모두 잘못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린다.' 결혼하지 않으면, 훗날 혼자가 될 확률이 크다. 그렇게 되면, 수짱의 고민처럼 홀로 죽어갈 수도 있을 법하다. 물론, 필자도 수짱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 필자 뿐만 아니라, 미혼인, 그리고 비혼주의자들은 이런 고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고민에 휩싸였던 수짱도 결국 결혼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단정짓는다. '일이 버겁기도 하고, 고민하고, 남을 부러워할 때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조금씩 소중한 것들을 발견합니다.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맞는 말이다. 인연의 때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착하고 성실한 수짱이라면 충분히 결혼에 골인할 거라 생각한다.


다음은, 마이짱의 고민이다. '다음달에 태어날 배 속의 아기.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 이대로가 좋아. 잘된 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렇게 된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녕, 지금의 나여. 곧 다른 내가 된다.' 이는, 필자의 친구들의 고민과도 흡사하다. 이미 결혼한 그녀들은 분명 행복해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원했던 꿈을 완전히 펼치기에는 갖가지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결혼과 출산은 삶의 환경을 바꾸는 큰 요인들이다. 결혼을 고민했던 마이짱의 고민은, 결혼 후에도 또다른 고민들로 이어진다. 삶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임을, 마이짱의 삶을 통해 다시금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타깃은, 필자의 또래 여성들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미혼 여성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작품 같지만, 어찌보면 이 영화는 결혼 전후의 모든 여성들의 고민을 안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라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다. 마스다 미리의 팬인 필자는, 그녀의 책을 주기적으로 꺼내어보는 나로서는 이 영화도 애정 리스트들 중 하나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의 무게가 좀 더 짙어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내가 안고 있던 고민들 중 하나였다. 오히려, 동질감을 느끼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어서 좋았다(나의 동지는 수짱!). 그녀의 마지막 멘트 '불안감은 가시지 않지만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가 필자의 심경을 완전히 대변하고 있다.


삶에는 수많은 고민들이 있다. 그와 함께 선택의 순간들도 이어져있다. 고민을 끌어오지 않아도 우리는 고민에 빠질 만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결혼도 그 고민들 중 하나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이 고민의 중심에 서봤을 테고,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서 고민의 크기를 넓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필자는 이 영화로 하여금, 보다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믿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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