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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북촌방향>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매력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중독성'을 갖추고 있다. 뭔가 비슷한데, 약간의 차이가 있고, 차이가 있는 듯 한데, 또 막상 발견하려 하니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극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그의 영화들은 마치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체감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그의 영화들은 일련의 시리즈처럼 이어진다. 그것이 감독의 '작가성'이다.


감독은 끊임없이 자신의 영화에서 반복과 차이(변주)를 말한다. 그리고 그의 영화들 속에서 시간은 무의미하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무의미하다기보다는, 우리가 실제로 겪는 시간의 의미가 초월된다. 초현실의 시간 위에 놓여진 현실적인 인물들. 이것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 속 캐릭터다.


특히 <북촌방향>에서는 이 특징이 두드러진다. 다른 영화들 속에서는 시간의 초현실성과 반복과 차이 모두가 비슷한 비율로 다뤄진다. 영화 속 주인공 '성준'은 3~4일 간 서울에 머무르게 된다. 선배 '영호'를 만나기로 약속한 그는, 체류기간 동안 같은 공간을 맴돌고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과연 그가 서울에 머물렀던 시간이 3~4일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관객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날이 어두워지고, 밤새 술을 마신 다음날에도 상황이 반복되니, 이것 참 난감하다. 다음날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계속 같은 날의 풍경을 보는 듯할 것이다. <북촌방향> 속 중첩된 상황들 때문에 시간들은 더욱 연장된다. 우리가 보고있는 성준의 3~4일은, 하루의 연장인지 진짜 3~4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성준이 만난 여자 '경진'과 '예전'이다. 둘은 닮았다(배우는 동일하다). 예전은 성준의 옛 연인이지만, 현재의 성준은 그녀와 닮은 경진에 매료된다. 이 장면, 여자인 필자가 봤을 때 참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남자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형(외모 스타일)'에 가까운 여자와의 만남을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느낌(스타일)은 반복된다. 사랑의 영역에서도 차이와 반복의 법칙은 이어진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에서 다루는 것들은, 이렇듯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실질적인 우리들의 삶의 반영이다.


우리는 큰 변화 없는 매일을 반복한다. 반복되는 큰 틀 안에서 미세한 차이가 이어진다. 이것이 삶이다. 이것은 거리감을 둔 상태에서 바라보는 한 인간의 삶이다. 비슷한 바이오리듬과 라이프스타일의 반복. 이 매일이 모여 삶이 된다. 감독의 의도한 북촌방향 속 '방향'의 의미는, 우리 모두의 '삶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개인이지만, 멀리에서 보면(전체의 관점) 개인은 곧 인간이라는 하나의 형태다.


필자의 관점에서 <북촌방향>은, 홍상수 감독 영화들 중 가장 위트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의 거나하게 취한 모습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배우 유준상의 연기가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유준상의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절로 웃음 터트리게 만든 이 영화.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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