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스다 미리 에세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전업주부와 싱글녀의 고민



마스다 미리 에세이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 하지만 늘 공감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뭐지?>에서의 주인공은 '다에코'와 '미나코'다. 일곱살 딸 '리나'의 엄마인 다에코는 전업주부로서의 고민을, 리나의 고모인 미나코는 싱글녀로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사람은 저마다 한 가지 이상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는 인물은 '리나'다. 리나는 엄마와 고모 사이를 오가며,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성숙한 질문들을 던진다. 리나는 두 여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지만 다른 대답을 듣는다. 이것은,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해도,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령, 리나의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에코는 '존재감'을, 미나코는 '보장'을 원한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인 것들보다는 정신·사회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이 커지게 마련이다(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에코는 주부가 되면서 점점 자신의 색을 잃어간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희미해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좀더 뚜렸했었는데, 계속 희미해지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도 떨어진 그녀다. "피었던 꽃이 기운이 없어지고,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고, 이파리만 남은 것 같은 기분… 그거야. 이제 앞으로는 '예쁘다'는 말,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되겠지." 날씨 좋은 날의 데이트 기회는 적어지고, 다른 남자의 사랑은 해서는 안 된다. 일을 하려고 해도,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을 범위 등 다양한 조건들이 뒤따른다. 그녀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행복하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가정도, 아이도 있는 그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싱글녀들이다. 그들은 전업주부의 속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들의 입장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싱글녀들의 고충은 무엇일까? 그녀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쌓아가야 한다. 그녀들은 생계와 자신의 입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철저히 홀로 노력해야만 한다. 그녀들에게는 '보장'이라는 게 없다. 따라서 리나가 미나코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물었을 때, 그녀는 '보장'이라고 답한다.


이렇게 다른 전업주부와 싱글녀의 입장 차이로 인해 미묘한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싱글녀와 자신의 색을 잃은 듯한 전업주부의 다른 환경. 그리고 서로를 부러워(혹은 시기)하는 마음은, 각 캐릭터의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업주부라면, 과거의 자신은 미나코의 입장에, 현재의 자신은 다에코의 입장에 이입될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또다른 소재는 '꿈(희망)'과 '직업'이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이 고스란히 직업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이다. 미나코는 리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되고 싶은 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일이란 건 그게 전부가 아니기도 하고, 되고 싶은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야." 따라서, 우리는 현재 자신의 옛 꿈을 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임을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 북새통. 생각만 해도 피곤한 단어 아닌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도 꽤 좋은 삶일 수 있다.


어찌됐든 우리는, 이러한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리나가 묻는다. "여자들은 왜 배우는 걸 좋아해?" 다에코는 답한다. "인생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더 나은 인생을 바라는 마음은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비롯된다. 안주하는 삶이 아닌, 고민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이렇듯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만화에세이이지만, 깨달음을 선사하는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늘 그렇다. 위트 섞인 대사는 읽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내재된 메시지를 통해 성장을 격려한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는 나의 멘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기된 사랑의 최후, 영화 <데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