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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사랑,
판타지 로맨스 <가려진 시간>


영화 <가려진 시간>은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는 판타지 로맨스다. 영화 속 '수린'에게는 그 누구도 믿어주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엄마를 여읜 후 새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수린은 외로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성민'이라는 아이가 다가온다. 둘만의 추억을 쌓아나가던 그들은, 어느날 친구들과 공사장 발파 현장을 찾았다가 실종된다. 개중에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며칠 뒤, 수린에게는 자신을 '성민'이라 부르는 어른 남자가 찾아온다. 수린과의 추억이 서린 일기장을 건넨다. 일기장에는,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됐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영화의 주 소재는'성민'이 겪은 멈춰진 시간 속 이야기다. 성민과 함께 시간 속에 갇힌 두 명의 친구들은 가족들을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게 된다. 정작 홀로 살아남은 성민은 애초에 그리워할 가족이 없었으며, 친구마저 잃은 상태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추억 속 인물은 수린 뿐이다. 그래서 성민은 멈춰진 시간으로부터 해방된 직후, 수린부터 찾는다. 한데, 수린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겁부터 먹는다. 이는, 필자라도 그랬을 테다.


진실이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이 혼자 뿐이라면 얼마나 서글프겠는가? 성민이 처한 현실이 그러하다. 세상 모든 사람 외에 자신의 시간만 멈춰졌다는 것, 따라서 혼자만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 어느 누가 믿겠느냐 말이다. 한편, 필자가 그런 상황 속 주인공이 됐다고 가정한다면 정말 불행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또 하나 성민에게 연민이 들었던 부분은, 타인과의 관계마저 멈춰졌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 <가려진 시간>은, '함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준 작품이다.



필자는 이 영화의 의미를, 시간을 초월한 사랑 뿐만 아니라 '함께', '공동체'에 두고 싶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오래간 잊지 않고 그리워했다는 점도 애틋하지만, 모든 자연과 사람, 사물이 멈춰진 시간 속에 홀로 보내야만 했던 성민의 외로움을 생각해보면 정말 힘들었을 듯 하다. 사람과 사물 뿐만 아니라 자연마저 멈춰진 배경 설정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참혹했다.


영화를 보며, 사소하다고만 여겼던 주변물들에 대한 애정도가 깊어졌다. 내 곁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졌다. 그 누구의 시간도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사랑스러운(?) 주장을 펼쳐본다. <가려진 시간>은 단순 로맨스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대해, 주변에 함께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을 드높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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