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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슬로의 이상한 밤>

늦은 때란 없다!


40년 간 근속한 기차 기관사 오드 호텐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 운행을 앞둔 그는, 은퇴 파티를 마친 날 밤 이상한 경험을 한다. 우연히 들어간 집 안의 꼬마는 오드에게 책을 읽어달라 하고, 거리의 노인은 자신의 집에 가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오드는, 낯선 노인의 집 안에서 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오랜 세월 동안 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왔던 오드. 하지만 그에게는 기관사가 아닌 다른 꿈이 있었다. 스키점프 선수를 꿈꿨으나, 수줍은 성격의 오드는 하고 싶었던 것에 스스로 장벽을 쳐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드는 이상한 노인을 만나던 밤, 하고자 하는 일은 해야만 하는, 어떤 일이든지간에 늦은 때란 없음을 깨닫게 된다.


노인은 자신이, 눈을 감은 채 어떤 행위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오드를 태운 채 복면을 쓰고 운전을 시도하려다 죽음에 이르고 만다. 이 괴짜스러운 노인과의 하룻밤 경험을 통해 오드의 삶 역시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쉽게 믿기지 않을 희한한 경험은, 오랫동안 묵혀왔던 꿈을 행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필자는, 이 영화를 중반까지 봤을 땐 노년에 접어든 오드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즉 죽음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 판단했었다. 실제로 영화도 그러한 상징들로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궁극적으로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 추구하고자 했던 주제는 '희망'이었다. 괴짜 노인이 운석을 들고 "이 운석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는 활동, 즉 여행을 할 자격이 있다.


영화는, 긴 세월 동안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늘 똑같은 풍경만을 걸어왔던 한 남자의 은퇴 후의 희망적인 삶을 예고함으로써 감상자에게 긍정성을 심어준다.


그렇다고 <오슬로의 이상한 밤>이 극적인 이상함을 갖추고 있진 않다. 엄청난 창의력을 지닌 영화는 아니지만, 시청각적 면에서 우수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많은 북유럽 영화들이 지닌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아닌, 높은 채도의 색이 입혀진 장치들과 오르골 소리가 가미된 듯 사랑스러운 사운드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한 문장으로 <오슬로의 이상한 밤>을 정리하자면, 동화 같은 소재를 품고 있지만 과하지 않은 노인영화로 표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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