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삶'이다
책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육체와 죽음의 덧없음을 적나라하게 '들쑤셔본' 파괴적 논픽션이다. 앞선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가 표현한 문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저자, 데이비드 실즈는 자전적 고백과 함께 시기에 따른 육체의 변화와 죽음관을 드러낸다. 육체의 변화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저자의 직접적인 관찰과 생활을 토대로 기록되고 죽음 역시 그에 기반한다. 이 책의 주인공(가장 많이 언급되는)은 저자와 그의 아버지로 보면 된다. 50세를 갓 넘긴 저자와 100세를 향하고 있는 아버지. 상대적으로 죽음과의 직면이 먼 저자는 죽음을 직시하는 반면, 죽음과 맞닿은 상황에 놓인 아버지는 그것을 부정하려 든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듯 보인다. 어째서 아버지가 더 건강한 걸까. 저자는 고백한다. '나는 운동선수와 거리가 멀다. 요통이 있고, 어깨 힘줄염이 있고, 무릎관절이 불안정하고, 양쪽 다리에 균형이 맞지 않아서 신발에 깔개를 깔았고, 얼마 전부터는 뒷목이 저릿저릿할 때가 있다. 반면, 97세인 아버지는 테니스 엘보 말고는 그다지 아픈 데가 없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죽음을 직시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육체의 고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용한 저자의 말과 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배렛 브라우닝의 '앎은 고통에서 얻어진다'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이 불문하고, 육체의 고통을 겪는 (상대적)젊은이는 죽음을 인지하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한데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은 죽음에서 멀어지려고만 할 뿐이다. 시인 에드워드 영이 말이 저자의 아버지 생각을 직언하고 있다. '누구나 사람의 생명이 유한한 것을 알지만 누구나 자신을 빼놓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생명이 부여된 모든 자연물들은 탄생 후 죽음을 맞는다. 물질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 폐기된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시간은 누구나 웃음거리로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쇼펜하우어도 말했다. '우리는 모두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새끼양이다'라고.
죽음은 어떠한 것으로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소설가 헨리 보퍼트 추기경의 말처럼 재산으로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내 재산으로도 나를 구할 수 없는가? 죽음은 매수도 통하지 않는가?' 따라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임에도 죽음은 가장 위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대단한 것을 찾아서, 나는 간다' 프랑스 작가 라블레의 말이다. 100세를 앞둔 저자의 아버지도 언젠가는 죽음에 지고 말 것이다(지금 그의 운명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죽음은 어차피 오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래서 '누구든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의 말 중에 필자가 느낀 가장 훌륭한 말을 옮겨본다. '늙는 데 위안이 하나 있긴 있지. 이 일을 다시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죽는 건 쉽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그건 하잖니. 사는 게 재주지' 그렇다. 사는 게 재주다. 중요한 건 '삶'이다.
앞서 인용한 저자 아버지의 말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사는 게 재주지' 라는 것 말이다. 삶이 중요하고, 따라서 더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 저자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두렵고도 무시무시한 문장을 제목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사실 책 전반을 차지하는 것은 삶의 과정이다.
탄생에서부터 죽음이라는 삶에 부여된 시간 동안 우리는 오르내림을 육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체험한다. 그 굴레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저자는 보다 과학적인 것들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증명해보인다. 우리의 죽음은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걸 독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다.
사실, 죽음은 아무리 학습하고 되풀이되는 간접 경험을 한다해도 낯설고 두려운 대상이다. 사실, 직접 경험이 임박했을 때는 그것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조차 짧다. 그 끔찍한 끝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걸어가는 과정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삶의 끝에 선 저자의 아버지가 그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이라는 것을 보면, 우리는 삶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죽음과 멀리 있을 때 삶에 더 치열해보는 건 어떨까?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삶을 더 깊이 음미하고 만끽해보자는 거다.
이 책이 지닌 아이러니는,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삶에 대한 열정이 더 짙게 배어있다는 것이다. 수십명의 유명인들이 뱉은 죽음에 관한 말과 육체의 쇠퇴를 객관적이며 적나라하게 표현한 저자의 글들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는 약해져가기 때문에,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쓰여진 이 책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카르페 디엠!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을 한 문장으로 더하자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위한 방법들이 소개되며, 자신과 가족의 육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