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느림의중요성을깨달은달팽이 1.png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달팽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 세계의 위기를 일깨워준다. 느린데다 조용하기까지 한 달팽이는 다른 생물(인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날, 저자 세풀베다의 손자는 정원의 달팽이를 보며 "달팽이는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거예요?"라고 질문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곧바로 답하지 못했으나, 답을 찾은 끝에 이 책을 펴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달팽이가 느린 이유'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달팽이가 느리고 조용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달팽이 세계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책에서 등장하는 달팽이들은, 납매 나무 아래의 '민들레 나라'라는 곳에 모여 살아간다. 느리고 조용한 것에 대한 불만 없이 체념하며 살아가던 무리 중, 한 달팽이가 의문을 품는다. '왜 달팽이는 느리고 조용한 걸까, 그리고 왜 이름이 없을까'라고 말이다. 그 달팽이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민들레 나라를 떠난다. 이후, 그는 수리부엉이, '기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북이를 만난다. 특히 거북이는, 달팽이에게 '반항아'라는 이름을 지어주는가하면, 인간세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등 큰 역할을 한다.


거북이 역시 달팽이 만큼이나 느린 동물이다. 두 느린 존재들은 느리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느리지만, 가히 위대했다. 거북이의 이름이 '기억'은, 자신을 키운 사람들이 지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름 지어준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거북이를 잊어갔다.


'거북이의 말에 따르면, 시간이 흘러 저 꼬마 아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고, 또 어른이 될수록 자기한테 점점 더 무관심해지더라는 거야. 예전처럼 먹을 것도 자주 주지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귀찮다고 들판에 버리고 싶어 할 만큼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는 거지.'


인간의 망각. 결국 '기억'은, 인간의 망각으로부터 도망쳤던 것이다. 거북이는 망각 외에도 인간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활동들을 '반항아'에게 보여준다. 험악하고 육중한 기계들과 그것들이 내뿜는 매연, 시멘트로 만들어진 길, 나무와 돌을 이용해 집을 만드는 과정 등을 본 '반항아'는 뒤숭숭한 꿈에 시달린다.


'그런데 달팽이는 그날 밤 내내 뒤숭숭한 꿈에 시달렸어. 낮에 본 기계에서 토해 내는 시커멓고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들판을 조금씩 뒤덮다가 마침내 납매나무마저 집어삼키더라는 거지. 결국 달팽이들은 손도 못 쓴 채 그 검은 숙명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구나.'


이름을 갖게 된 '반항아'는, 궁금해했던 '달팽이가 느린 이유'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그는 느렸던 덕분에 거북이를 만날 수 있었고, 인간세계의 위험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날쎄고 빠른 동물과 같았다면 거북이를 만나지도, 위험한 세계를 유심히 관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반항아'는 개미들과 딱정벌레, 지렁이와 두더지에게 이 위급 상황을 알린다. 이후 그들은, 위험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떠나기 시작한다. '반항아'는 달팽이들의 보금자리인 '민들레 나라'로 향하고 그들에게도 상황을 알린다. '반항아'를 믿지 못하는 몇몇 달팽이들은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따라나선다. 그때부터 반항아에게는 '책임'이 주어진다. 달팽이들을 이끌어나가야 할 상황에 놓인 '반항아'는 '기억'의 말을 떠올린다. '진정한 반항아라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맞서 싸워 이겨 낸다고 말이야.' 그 말을 새기고 '반항아'는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민들레 나라)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달팽이들의 모습에서 연민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반항아를 믿고 따른 달팽이들은 새로운 민들레 나라를 찾게 된다. 그 과정은, 기존의 관습을 넘어 새로운 세계(꿈)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더하여, 달팽이를 통해 빠름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사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눈과 지혜는 느림의 미학이다.


책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더하여, 달팽이와 그 외 동물의 시각에서 본 인간의 이기심과 그로 인한 폐해를 통해 우리의 잘못을 자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이기심은, 동식물과의 부조화의 주범이다.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앗아가는가하면, 자연까지 파괴시킨다. 이것은 적신호다. 사실, 이 적신호에 의한 환경 파괴로 인한 폐해는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의 삶 뿐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 우리는 반성하고 생활을 바꿔야만 한다. 이기심을 버리고 조화로운 삶을 지향해야만 한다. 이 책은 쉬이 읽히지만, 다양한 상징(메시지)을 안은 작품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