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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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문장도 스쳐보낼 수 없는 책들이 있다. 내겐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이 그 부류에 속한다.


나는, 자연을 예찬한 작품들을 좋아한다. 제목에서도 느꼈겠지만, 이 책에서도 자연을 예찬한다. 저자 아널드 홀테인은 19세기 인문학자다. 자연에 대한 성찰을 읊어낸 이 책은, 치열한 걷기 활동의 소산물이다. 그는, 인도와 캐나다, 유럽 등지를 산책하며 자연의 황홀경에 취했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저자는,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사색을 펼쳐놓았다.


이 책이 나에게 감격을 준 이유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에 있다.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묘사에는 객관성이란 것이 있을 수 없지만, 자연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널드 홀테인은, 아름다운 풍광을 아름다운 시선을 통해 아름답게 담아냈다. 나는, 그의 모든 문장들을 '미문(美文)'이라 표현하고 싶다.


책에는 저자의 미문들 뿐 아니라, 산책가들의 시와 사상들도 포함돼 있다. 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자연과 걷기 뿐만 아니라, 산책가들로부터도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특히,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산책가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로 보여진다. 이는, 워즈워스를 직접적으로 칭송하는 문장들과 그의 시구(詩句)들을 인용한 것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문장들을 보고도 나의 생각에 반대할 독자가 있을까?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알게 되리. 좇지 않고, 갈구하지 않으면 그 심오한 깊이에 가 닿으리.”

How bountiful is Nature! he shall find Who seeks not; and to him who hath not asked Large measure shall be dealt” - 워즈워스의 시, 「소풍(The Excursion)」


자연 그 자체와 자연의 생태에 대해 워즈워스만큼 제대로 노래한 사람은 없다. 워즈워스는 시골 산책자의 전형이었음에 틀림없다. - 14쪽


나 역시, 워즈워스를 좋아한다. 또한 워즈워스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산책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더하여, 책에는 소로와 윌리엄 쿠퍼, 존 버로스, 조웻 등 다양한 자연 예찬가들이 언급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든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문학이 시골 산책에 얼마나 많이 빚지고 있는가를, 우리가 플라톤의 <대화>를 읽고 느끼는 아름다움은 어디에 빚지고 있는가' '베르길리우스가 시골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마 농경시 <게오르기카>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장들은, 훌륭한 문학작품들의 원천은 자연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저자의 산책 경험이 생생히 기록된 일기 같은 책 <어느 인문학자의 걷기예찬>은 배움거리로 가득하다. 당장이라도 숲길 산책의 욕구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에 취해 현기증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것은 나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자연 예찬론자라면,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자연을 예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독자의 정신을 고양시켜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책에서 걷기 외에 또 하나 강조된 것은 '명상'이다. 고요함과 사색, 그리고 명상.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여 강조한 것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 무신경하게 스쳤던 자연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고, 그 자연을 노니며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꼈다. 또한, 정작 중요한 것은 이성이나 경험 그 이상의 '정신'에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느끼고 깨닫는 바가 제각각 다른 것처럼, 우리가 고양시켜야 할 것은 정신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성장을 자감했다. 저자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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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일몰 장면이나 평범한 경치, 푸른 초원, 혹은 어린 고사리가 어느 순간 귀가 멍멍하고 어지러울 만큼 강렬한 환희와 전율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 않는가? 위대한 힘은 느닷없이 임한다. 잠시 육신화한 아름다움이 신성한 존재라는 걸 드러낸다. 이어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아름다움에 자신을 내맡겨버린다. 아름다움이 이끄는 대로 황홀경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잡아끄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우리는 그곳에 갈 수 없다. -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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