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한 공감 에세이
내가 즐겨 시청하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작가, 한설희의 에세이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는 나이 듦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팬이 된 이유는, 캐릭터들에서부터 그들이 겪는 상황들이 일반적인 우리들의 이야기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드라마들이 다른 세계 이야기를 들려주는 반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공감대가 크다.
그 공감대를 이끌어 낸 작가의 일상을 담은 책 역시 엄청난 공감대를 자극했다. 40대가 된 작가는, 나이 들어가면서 변화된 삶과 가치관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40대 싱글녀의 고백은, 아직 미혼인 나 자신도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이 지닌 느낌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들과 닮아있다. 작가의 자기고백을 담은 것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만화(그림)가 더해진 점이 비슷하다. 소재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일과 연애, 결혼에 대한 고민들을 공통적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와 한설희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은 다르다. 두 작가 모두 40대 싱글녀라는 점은 같지만, 마스다 미리는 조금 느린 삶을 선호하는 데 반해 한설희 작가는 맥주를 좋아한다(특히 '카o' 맥주를 향한 고집이 있다고 한다).
라이프스타일은 달라도 '누구나 밝게 빛나던 아름다운 시절에 머무르길 바란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가 한곳에 머무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나이 들어간다. 따라서, 이 책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로 꽉 들어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작가의 주변에는 특별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역시, 특별한 매일은 아니더라도, 훗날 돌이켜봤을 때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을 쌓아나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 특별한 일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삶일지라도 한탄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이것이 작가가 자기 고백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더하여, 작가는 독자들을 다음과 같은 글로 응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무모한 도전은 "무한"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치지 말고 가자. - 195쪽' 그리고 사랑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다시 놓치고, 넘어지고 아프고 좌절하고 죽을 만큼 힘들어도 다시, 사랑하겠노라고…'라는 마지막 글을 통해 말이다.
각본을 통해 '진짜 우리의 삶'을 보여줬고, 책을 통해 '진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고백한 한설희 작가의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진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받은 응원 만큼, 나도 작가를 응원한다. 그리고 내 주변 모든 나이 들어가는 지인들도 '열심히 응원'한다. 2017년은, 한 살 더 나이든 만큼 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행복도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속에서]
사십 대는 마치 이십 대 곱하기 2의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그 나이'가 치러야 할 값은 뭐든지 배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절망스러운 건 따로 있다. 치러야 할 값은 두 배가 되었는데, 실상 크게 발전한 것 없는 내 모습이다. - 15쪽
나이들수록 지갑 열 일 많다고 열받지 말자. 열받으면 모공만 더 열릴 뿐이다. 릴렉스하게 웃으며 사는 게 결국 돈 버는 거다. - 35쪽
미오 씨처럼 나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혼자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히 보듬어 안았다가 상대의 달라진 행동에, 혹은 나 자신의 식어 버린 마음에, 버리기도 했고 내쳐지기도 했었다. 그들은 지금쯤 누구와 어떤 의미가 되어 지내고 있을까. 한때는 원망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부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 81쪽
누구나 밝게 빛나던 아름다운 시절에 머무르길 바란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가 한곳에 머무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52, 53쪽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어나는 건 비단 몸뿐만이 아니다. 감정도 나이 들수록 더덕더덕 원치 않는 찌꺼기가 늘어나기 일쑤다. -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