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행복의 원천
웰빙, 슬로우, 미니멀 라이프를 지나 이제는 '휘게 라이프' 시대다. 사실,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맥락은 비슷하다.
'휘게'는 덴마크어다. 덴마크인들은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휘게'는 불리는 형태도 다양하고 정의도 다양하다. 후가, 휴거, 후그 등으로 불리기는가하면, 정의로는 '친밀감을 자아내는 예술', '마음의 안락함', '짜증스러운 일이 없는 상태', '마음을 편아나게 해주는 것들을 즐기는 일' 등이 있다. 개중에 저자는 '촛불 곁에서 마시는 핫초콜릿 한 잔'이라는 비유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필자 역시, 이 따듯하고 달콤한 비유가 좋다.
책에는, 휘게 라이프의 정의에서부터 덴마크인들의 휘겔리한 삶의 방식들을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휘게 라이프의 장점들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킨다. 먹고 사는 걱정, 즉 기본적인 생계 유지가 가능한 우리들은 행복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데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행복 연구가들은 왜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끼는지 연구·조사하고, 그를 통해 우리가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연구들을 찾아보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역시 그 트렌드에 맞게 쓰여진 책이다.
저자, 마이크 비킹은 덴마크에서 나고 자랐으며 코펜하겐에 위치한 행복연구소 CEO로 일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휘게 라이프는 '더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방식'이다. 사실 '휘게'라는 단어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휘게'는 '포옹'을 뜻하는 '허그(hug)'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허그(hug)'는 1560년대 단어인 '포옹하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의 'hugge'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인 'hygg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분위기'를 뜻한다고 한다. 단어의 유래에 관한 설은 많지만, 어찌됐든 단어의 뜻은 닮아있다. 포옹, 받아들임,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은 '휘게'의 조각들이라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지속적으로 들었던 '휘게'에 대한 느낌은 '따듯한 관계'였다. 덴마크인들이 휘게 라이프를 즐기게 된 이유들 중 하나는 혹독한 날씨다. 햇빛은 커녕 어둠과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만 하는 덴마크인들의 겨울은, 따듯하고 온화한 것들을 찾아헤맬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다. 따라서 덴마크인들은, 양초를 켜고 달콤한 것들(초콜릿, 사탕, 잼 등)을 즐긴다. 실제로 덴마크는 유럽에서 1인당 가장 많은 양초를 켜는 나라라고 한다. 더불어, 양초와 함께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램프 산업도 발달한 나라다. 더하여, 따듯함의 정점인 모닥불 역시 휘게 라이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양초와 램프, 따듯하고 달콤한 것들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 누린다면 그 행복은 배가된다. 따라서 덴마크인들은 '함께'의 문화를 높이 산다. 이것 또한 '휘게 라이프'의 일부다. 아니, 가장 큰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3~4명의 구성으로 깊은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 덴마크인들의 휘겔리한 관계 맺기다. 덴마크인들은 친밀감을 중시 여긴다. 이것이 덴마크인들의 행복 지수를 높여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 포옹은 옥시토신을 샘솟게 할 것이며 이로 하여금 혹독한 추위에서부터 한발짝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바깥 날씨가 혹독할수록, 실내의 벽난로와 양초, 따듯하고 포만감을 주는 음식들이 주는 행복은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덴마크인들은 대놓고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휘겔리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 그로 인해 좋은 추억들을 쌓아나가는 것이 휘게 라이프의 정석이라 보면 된다. 일에 허덕이는 삶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의 가치를 더 높게 사는 것. 휘겔리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 먹는 것이 바로 휘게 라이프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핀란드의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스웨덴을 여행했던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부러워했다. 이제는 덴마크인들의 생활 방식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의 북유럽 국가는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개인의 행복 지수가 높다. 혹독한 날씨가 주어졌음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유, 혹독함을 이겨내기 위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쌓아온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빠름의 미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장서야 하는 강박관념,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인정받는다는 관념. 과연 옳은 것일까? 남들을 신경쓰느라, 정작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다.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 책은,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단순함, 소박함, 느림 속에서도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각성제 역할도 한다. 앞으로는 또 어떤 삶의 방식이 트렌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더이상 빠름을 지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진짜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나가야 할지 알려준다. 실제로, 덴마크인들이 휘겔리한 삶을 위해 행하는 것들이 작성돼 있다. 덴마크의 문화, 가볼만한 곳들도 정리돼 있어서 덴마크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에게는 여행 가이드북 역할도 할 수 있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