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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쿠프>

우디 앨런의 코미디가 좋다. 나는 그의 영화들을 통해, 성찰과 웃음 모두를 얻곤 한다. '위트 넘치는 철학자'. 나는 우디 앨런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지닌 영화 <스쿠프>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범죄와 미스터리, 로맨스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다음 상황들 때문에 관객의 집중력을 드높인다. 특히, 이 영화에는 우디 앨런식 지적 코미디가 더분하기 때문에, 그의 다른 영화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관객들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다.


범죄, 미스터리를 기반에 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스쿠프>는 밝다. 스칼렛 요한슨과 휴 잭맨이 이끌어가는 만미스터리물은, 장르의 특색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달달하다.



우리 삶에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있다. 그리고 믿지 못할 만큼 황당한 사건들과 마주할 때도 있다. 큰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 '산드라'의 경우처럼 말이다. 런던의 친구 집에 잠시 머무르던 그녀는, 마술 공연을 보러 갔다가 마술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대상자로 선정된다. 그 마술상자 안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특종기자 '조 스트롬벨'의 영혼이 나타나, 산드라에게 특종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바로, '타로카드 살인마'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를 밝힌 것이다. 조 스트롬벨은, 살인마로 영국 최고의 귀족가문인 '피터 라이먼'을 지목한다. 그때부터 산드라는 특종의 증거를 찾기 위해 피터 라이먼에게 접근한다. 마술사 '시드니'는 도우미로 나선다(지목된다).



산드라는 자신의 이름과 시드니와의 관계마저 위장한 채 거침없이 특종을 쫓는다. 묘하게도 <스쿠프>는, 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나 서스펜스보다는 '희극적 요소'를 다분히 갖추고 있다. 그 극명한 원인은, 우디 앨런과 스칼렛 요한슨의 앙상블에 있다. 두 콤비가 주거니받거니하는 대사들은 웃음 유발 요소다. 위험하고 긴급한 상황에도 풍자를 집요하게 좇는 우디 앨런의 활약이 돋보인다. 소심한 희극인의 대명사 우디 앨런과 당돌하기 그지없는 여대생의 섹스어필이 일궈낸 기적은, 이 영화를 '희극'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스쿠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상징물은 '죽음의 배'다.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죽음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삶에 미련이 남은 듯 보여진다. 하지만 죽음의 배를 올라탄 후의 후회는 소용 없다. 조 스트롬벨의 경우처럼, 특종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이 점이, <스쿠프>를 통해 우디 앨런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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