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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

고통의 전이


기숙사 룸메이트인 오틸리아와 가비타는 분주해보인다. 가비타는 열심히 짐을 꾸렸고, 오틸리아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맡아달라고도 부탁한다. 한동안 분주함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카메라는 오틸리아의 동선을 좇는다. 오틸리아는 이틀 간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을 구하고, 잠시 남자친구를 만난다. 남자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말해서인지, 후에 펼쳐질 일에 대한 호기심이 가중된다.


그리고 오틸리아는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함께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는 가비타가 있다. 호텔 안에서 그토록 궁금해했던 분주함의 이유가 밝혀진다. 이유는 가비타의 임신중절이었다. 호텔은 임신중절의 장소였고, 낯선 남자는 불법 시술자인 것이다.


오틸리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비타의 고통 이상을 겪는다. 한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본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야만 했고 예기치 못한 임신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이는, 남자친구와의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내외면적 갈등이 심화된다. 뿐만 아니라, 죽은 아기를 처리(?)하는 것까지 오틸리아의 몫이 된다.


이 영화의 아이러니하고도 흥미로운 것은, 임신중절의 당사자인 가비타보다 조력자인 오틸리아를 통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4개월 동안 이어진 생명은 3주 간의 중절에 대한 고민과 단 이틀만의 시술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인간의 삶이 이렇게나 허무맹랑할 수 있는가!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단순히 임신중절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남녀가 함께 나눈 섹스로 인해 왜 여성만이 금기의 길을 걷고 아파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언의 확실한 방법은 현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영화가 택한 연출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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