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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유해야만 하는 이유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지음)>에서

"나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아이히만이 있고, 우리 각자는 아이히만과 같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게 절대 아니에요. 내가 하려던 말은 오히려 그 반대예요. 그 사람 행동에 심오한 의미는 하나도 없어요. 악마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기를 꺼리는 단순한 심리만 있을 뿐이에요." - 85쪽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이 무능력이에요. 그래요, 그런 무능력." - 86쪽


악(惡)은 어떠한 치밀한 계획으로부터 기인된다기보다는, 공감력의 상실로부터 기인된다.
공감력을 상실한 이들의 척박한 마음에서 싹트는 것이 악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공감의 부재, 공감에 대한 노력이 부족할 때 악이 펼쳐진다.

악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늘 사유해야만 한다.

"자존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유를 하는 거예요. 전문적인 사유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유를 말하는 거예요." - 98쪽

우리는 사유, 즉 자신에게 말을 거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그 과정 이후에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만약 악을 저지른 가해자가 됐을 경우, 한나 아렌트는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처벌의 이유는, 피해자의 명예와 품위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가해자가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는 피해를 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의 명예 및 품위와 관련된다고 말했어요. 이건 피해자가 감내한 고통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무엇인가 올바로 세우는 것하고도 전혀 관계가 없고요." - 104쪽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사유의 과정과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우면서 악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사유하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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