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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거 탄 소년>


<자전거 탄 소년>이 시작에서 연상되는 영화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이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자전거의 행방을 쫓는 아들. 이들의 대견함에서부터 관객의 마음을 뭉클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시련이 닥치게 마련이다. <자전거 탄 소년>의 시릴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시릴은 자전거 뿐 아니라 아버지도 잃는다. 시릴은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찾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서 만난 사만다는, 맹목적으로 시릴 편에 선다. 그녀는 시릴의 보호자이자 구원자다.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만다의 존재는 다르덴 형제 감독 영화들 중 특히 두드러지는 캐릭터다.


대견하고 순진한 시릴에게도 악(惡)은 존재한다. 돌발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성은, 인간의 본성을 내비친다. 이는 다르덴 형제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표현해온 소재다. 하지만 시릴의 악은 순진함의 연장선인 동시에 성장통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웠기 때문에, 나쁜 친구의 계략에 얽혀 가해자가 됐으며, 이 과정을 통해 시릴은 한층 더 성장한다.


<자전거 탄 소년>이 다르덴 형제의 여느 작품들과 의 차별점은, 인물 내면에 대한 초점보다 플롯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들 속 캐릭터는 주인공인 동시에 주제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잘 웃지도, 울지도 않는 시릴의 감정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영화가 건네고자 한 주제는, 시릴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타인과의 관계(사랑)를 받아들이는 과정. 즉, 성장이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자전거 탄 소년>의 엔딩이 착잡하고 슬프다는 것이다. 현실은, 시릴의 삶을 꽃길 위에 두지 않는다. 시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정답은 제시되지 않지만, 겪었던 시련과 슬픔들을 발판으로 보다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확신은 든다. 더불어, 든든한 엄마 같은 존재 사만다의 사랑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저, 시릴과 사만다의 행복을 응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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