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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처럼 뜨끈뜨끈한 가족영화 <행복 목욕탕>


<행복 목욕탕>은 가족영화다. '행복 목욕탕'은, 가족에게 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 철 없는 주인 가즈히로 때문에 휴업하게 된다. 사라진 가즈히로네 집에는 아내 후타바와 딸 아즈미, 둘만이 남게 된다. 집에서는 둘도 없는 화목한 모녀이지만, 각자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아즈미는 극심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는 중이고, 후타바는 말기암 판정을 받아 시한부 삶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자, 후타바는 탐정을 고용해 가즈히로를 찾아낸다. 그리고 가즈히로에게 찾아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다음날, 가즈히로는 아유코라는 어린 여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아유코는 아즈미의 이복 동생이다. 가즈히로, 후타바, 아즈미, 아유코 네 명은 '행복 목욕탕'을 재개한다.


후타바와 아즈미 뿐만 아니라 아유코 역시 '사연 있는' 아이다. 갑작스럽게 가즈히로에게 떠맡겨진 대신, 그의 엄마는 행적을 감췄다. 가즈히로 역시 남다른 사연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많은 부인과 배 다른 아이들을 갖게 된 그 자체가 평범하지는 않다.


후타바는 아이들과 함께할 마지막 추억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힘든 몸을 이끌면서까지 그녀가 여행길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추억 여행에서 후타바는 그간 숨겨왔던 아즈미의 비밀을 밝힌다. 또한 후타바는, 여행 중에 만난 히치하이커 청년과의 인연도 돈독하게 이어나간다.



이렇게 모인 다양한 사람들은 결국 한 가족이 된다. 단 한 사람과의 연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후타바는 강인하면서도 따듯한 여성상이다. <행복 목욕탕>은, 후타바를 중심으로 한 가족영화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죽음을 성찰하게 만드는 의미 깊은 작품이다.


시한부인 아내, 엄마, 엄마 같은 존재를 향한 사랑을 담은 이벤트 장면은 <행복 목욕탕>의 핵심이다. 기뻐하기만도 아쉬울 순간이지만, 죽음을 앞둔 후타바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프다. 많은 관객들의 훌쩍임이 느껴졌던 장면이다.


<행복 목욕탕>은, 행복보다는 고통과 슬픔이 더 두드러진 작품이다. 하지만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다, 더 없이 뜨거운 사랑을 담고 있기에 감동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드라마가 자주 연상됐다. 상영 종료 후, 관객들이 하던 말이 기억난다. "전혀 행복하지 않잖아! 원제가 더 영화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는 말. 필자 역시 동의하는 바다.


이 영화의 핵심은 '포용력'이다. 끌어안음의 힘이 가져다 준 기적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여지는 달달함보다는 함의를 되짚어봤을 때 행복의 참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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