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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히만 쇼>, 본질의 승리


영화 <아이히만 쇼>는, 실화를 충실히 반영한다. 영화는 1961년 4월, 예루살렘의 한 스튜디오 현장을 보여준다. 6백만 명의 유대인의 추방과 학살을 주도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실제 스튜디오에 모인 이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 모두도 아이히만의 행동에 온전히 집중시키는 데 주력한다.

아이히만 재판 과정은 37개 나라의 수백만 명에게 전달된다. 이 상황이 가능했던 것 또한 특별한 이슈다. 바로 아이히만 재판 과정의 생중계는,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인데다, 악질 중의 악질인 인물의 재판을 다루는 중요한 시간. 이 시간을 실수 없이 방영하기 위해 초청된 TV 감독 허위츠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프로듀서 프루트만은 허위츠를 초청한 장본인이지만, 중계 전과 진행 과정에 있어 잦은 마찰을 겪게 된다. 물론, 둘의 갈등 뿐만 아니라 생방송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 역시 녹록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 허가를 받아낸 프루트만 팀. 허위츠는 현장 전체를 담아야 한다는 프루트만의 의견과는 반대로, 아이히만의 표정과 행동들에 초점을 맞춘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았을까. 역시나, 예상대로 허위츠의 의견이 성공적이었다. 그의 연출 의도는, 아이히만의 본성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희대의 악질임에도 인간이기에 감정선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시종일관 감정의 동요 없이 기계적인 태도를 보이던 아이히만의 표정과 행동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실로 흥미롭다. 그 어떤 복수극보다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것이다.

영화 <아이히만 쇼>는, 한 인물과 그에 얽힌 사건을 그려낸 팩션인 동시에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핵심은 '인간의 본질(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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