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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측도에서의 일몰 감상

뜻하지 않은 것들이 건네는 감동


정말.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발 디디게 된 섬, 측도.





썰물때야 마을이 드러나는 곳.
너무도 진귀한 곳을 알게 된 터라, 쉽게 떠날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일몰 감상을 즐기려 했던 계획을 접고, 이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해가 넘어갈 때를 기다렸다.





웅덩이에 괴어있는 바닷물에 반사되는 태양빛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서해안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벌 놀이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아빠가 가자고 재촉해도 엉덩이를 들지 않는 두 녀석.
그래, 열심히, 한껏 즐기렴!




[뜻하지 않은 것들이 건네는 감동]


뜻하지 않은 것이 건네는 긍정적인 결과는,
계획이나 기대했던 것들에 비해 감동이 배가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곳에서 머무른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은 한없이 행복했다(시간이 흐를수록 그 때가 더욱 그립다).


달리 한 것은 없다.
그냥 앉아, 다시 돌아올 바닷물이 안녕한 공간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그 위를 거니는 갈매기떼를 관찰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해의 높이가 떨어질 때쯤 일어나 일몰을 감상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란 건 잘 알테다.
하지만 느낀다는 것, 감정이라는 것은 시간의 정량보다는 감동의 부피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잊기 힘든 날,
힘기 싫은 날,
기록해야만 하는 날.





물론 이날이 아니어도,
태양은 뜨고 진다.
어찌 보면 반복되는 태양의 움직임이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상황에서 대상을 마주하느냐에 따라 감상을 달라진다.

따라서 나는,
이날을 못 잊을 것이다.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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