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 날, 그 장소...



오늘 날짜 속 이전의 나는 어디에서 무얼 했을까.
기록하고 사진에 담길 좋아하는 나는, 종종 과거 속 오늘 날짜를 추억하곤 한다.

2년 전 오늘 쯤.
나는 포항으로 떠났다.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하게 준비해 포항으로 향해, 정오께 너를 만났다.
오래간 보지 못한 너와 재회 후 포항과 경주 일대를 여행했다.

사실, 포항에는 이렇다할 멋진 관광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포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잊히지도 않을 성싶다.

이미 유명한 곳의 정취를 즐기는 매력도 좋지만,
발품 팔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덜 닿는 곳에서 토착민처럼 자연 풍광을 만끽하길 좋아하는 나는
포항에서도 그 '버릇'을 열렬히 실행했다.





서너 명의 낚시꾼들이 그들의 목적 달성에 열을 올리고 있던
하얀 등대가 있던 바다의 끝자락.
그곳 바닥에 걸터앉아 잔잔히 흐르는 물결을 감상하며 좋아하는 음악들을 반복해 들었다.
그때 한창 미쳐있었던 플레이리스트를 너와 공유하며 우리만의 추억을 쌓았다.





늦은 오후부터 해질녘까지 한 자리에서 그것만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그리고 대화.
그렇다고 쉴새없이 대화를 이어나간 것은 아니다.
공기의 여백이 가득할 때도 좀처럼 어색하지 않은 너와 나의 오래된 관계는,
못 본 시간들을 무색하게 할 만큼 편안했다.
이날의 날씨 만큼이나 안온했던 너와 나의 관계는, 포항에서의 추억을 더 잊기 힘들게 만들어버렸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습도까지 더해져 꽤 언짢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항에서의 하루를 잊을 수 없다.
너와 나는 과거의 우리가 자주 그랬듯, 노래방에 들러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너의 체온과 목소리를 온 몸에 가득 담아왔기 때문일까.
아직도 6월 포항 여행의 공기와 색빛이 잊히지 않는다.


_2017.06.22

매거진의 이전글 강원도 강릉 사천해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