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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광안리!

해운대 일대에서 10여 년 이상을 살아온 나는, 해운대 해변으로 향하는 일이 많았다.
그곳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던 곳이었다.
의식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바다를 보고 싶으면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줄곧 해운대 해변 일대로 갔었다.

내가 어릴 땐,
광안리 해변에 대한 인기가 지금만큼 높지는 않았다.
나 역시 '광안리의 참 맛'을 알게된 때는 대학생이 된 이후다.

집에서 학교로 향하던 곳에 위치한 광안리 해변.
그 덕분에 광안리 해변을 자주 찾게 됐다.
더군다나, 20대부터 알게 된 지인들의 집 역시 광안리, 수영 일대가 많기도 했었기에
자연스럽게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의 만남이 잦게 됐다.

아직도 광안리 해변에서의 추억 한 장면이 정확히 기억난다.
누구보다 친했던 친구와 함께, 피자와 샐러드를 배 불리 먹고 해변을 거닐었던 때다.
에메럴드빛 체크 무늬 원피스를 입고,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해변의 향기를 만끽했었지.

이 글을 적다보니,
또 다른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단편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는 과제를 했던 때다.
고등학생 때 짝을 했던 정말 예쁜(지금은 공인이 된) 친구를 불러 아침 일찍이부터 촬영을 진행했던 날.
그날 아마, 맥도날드에서 아침 일찍 만났었지.

광안리하면 빠질 수 없는 에피소드.
첫 불꽃축제 방문일이었다. 물론, 불꽃의 향연은 아름다웠으나 무질서와 무개념이 초래한 불편함과 지저분함으로 불편함만 더 컸던 날. 함께 갔던 친구들과 밤을 꼬박 새며 맥주집에서 수다를 떨었지.
이날 이후, 불꽃축제는 참석을 잘 안 하게 된 내가 되었지.

사실, 나는 지금도 해운대보다는 광안리 일대가 좋다.
이따금씩 부산에 내려갈 때면, 친구들과의 만남 장소는 무조건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다.
뷰가 좋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오랜만의 만남에 대한 반가움을 토로한 후 한참 동안 풍광에 취한다.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부족할테지만,
바다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를 이해해주는 오래된 친구들이 정말 좋다. 그리고 고맙다.
부산의 친구들은, 바다 때문이라도 부산을 떠나기 싫다는 말을 한다.
그들 중에는 매일같이 광안리 해변 한 카페를 찾아 풍광에 취하는 이도 있다.

나 역시,
친구들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부산을 떠날 때, 나는 더 이상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을 줄 알았다.
지겹도록 봐왔고, 몸 담았던 바다는 더 이상 궁금하지도 보고싶지도 않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더 잘 알아서일까. 내면에 짙게 배인 그리움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부산을 찾고, 발버둥치다시피 푸른 바다가 펼쳐진 강원도로 향한다.

역시,
익숙한 것과는 이별을 해봐야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걸까.
잘 알아서,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
이별 후 진짜 사랑과 대상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사랑, 광안리.
아,
지금도 내 시야에 펼쳐져 있다면 좋을 것을...
하는 생각에 취해있다.

조만간 가야겠다.
사랑의 대상이 많은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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