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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같은 영화라도, 시간이 흐른 뒤 감상하면 다른 느낌으로 와닿기 마련이다. 내겐 이 영화가 그랬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를 처음 감상했을 때는 내가 대학생 때였다. 그때는 피파 리의 굴곡 많은 삶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녀의 삶을 그저 보는 것에만 그쳤었다. 하지만, 최근에 감상했을 때는 달랐다. 단순히 '저런 삶도 있구나'하며 보기만 했던 태도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이다.


시작을 보면, 피파 리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괜찮아보인다. 완벽한 남편과 잘 커준 아이들과 함께하는 안정적인 가정 속 부인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한적한 곳으로 이사한 피파 리의 가족들이 이웃과 식사를 나누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첫 신은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과거사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감독 '레베카 밀러'는 섬세한 여성의 감정선을 감각적으로 연출해냈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아서 밀러의 딸인 그녀는, 비극으로 얼룩진 피파 리의 삶을 마냥 우울하게만 그려내지 않는다. 탄생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명백하게 우울한 피파 리의 삶은 끝없는 굴곡의 연속이다. 사랑에 가까워질 때면 이내 그것과 멀어지기 일쑤다. 애석하게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심신이 병들어간다. 그로 인해 파피 리는, 자신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라며 스스로를 비관하며 살아간다.





피파 리와 그녀의 남편 '허브'는 조카와 삼촌 뻘 되는 나이차를 극복한 부부다. 그녀는 어떻게 허브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됐을까. 영화는 이 특별한 로맨스에서부터 피파 리의 어린 시절의 가정, 연애사까지 모두 훑는다. 과거와 현재의 피파 리의 삶이 교차되면서, 현재의 '괜찮게 보여지는' 삶과 과거의 '시릴 정도로 슬픈' 삶을 대조시킨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대조가 아니다. 피파 리의 삶은 한없이 불행했다. 부러움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현재는, 겉모습에 불과하다. 피파 리의 내면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우울감으로 점철돼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몽유병으로 집약돼 있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던 피파 리. 하지만 그녀는 이웃집 청년 '크리스'를 만나면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한다. 하지만 이 역시 파란만장한 삶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허브'가 이웃인 '산드라'와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면서 홀가분함을 느낀다. 그녀가 허브와의 가정을 지속해온 것은 어쩌면 의무와 죄책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 무거운 감정에 휩싸여 살아왔던 긴 시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를 찾은 피파 리는 크리스와 함께 자신의 온전한 삶을 찾아 떠난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한 중년 여성의 터닝 포인트를 담아낸다. 우울하고 애절했던 과거를 딛고 온전한 자신과 자유를 찾은 피파 리의 삶을 통해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 영화와 비슷한 작품으로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이 엠 러브(2009)'가 있다. 두 영화 모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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