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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장영화 <브루클린>

낭만과 용기의 에너지를 두루 갖춘 작품

우리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성장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기술 뿐 아니라 내면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올해 봄, <브루클린>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는, 1950년대 아일랜드의 한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던 에일리스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의 삶을 결정하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의 역사가 되풀이됐던 아일랜드는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 에일리스의 삶을 위해 그녀의 언니 로즈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에일리스는 가족의 사랑과 내면의 꿈을 품고 크고 낯선 땅으로 향한다. 어디를 향하든지간에, 낯선 환경은 불안과 긴장을 선사한다. 에일리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잔뜩 긴장한 그녀는 브루클린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부터 온갖 고충을 겪는다. 그렇게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이상향의 땅에 발을 디딘다. 브루클린의 삶은 당연하듯 그녀를 편한 상태에 두지 않는다.





이전의 삶과 전혀 다른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는 에일리스. 견제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대하는 룸메이트들과의 불편한 식사에서부터,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매일같이 출근하는 직장도 그녀에게 불편한 곳이다. 하지만 집과 직장은 낯선 땅에서 자유의지로 포기할 만한 요소들이 아니다. 에일리스는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했고,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 굳게 먹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간다. 그러다 그녀는 사랑에도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의 삶은 점차 윤택해진다.





고향을 떠난 자들에게 존재하는 공통적인 질병이 있다. 바로 향수병이다. 에일리스 역시, 고향의 그리움에 사로잡혀있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은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싶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다. 온갖 그리움들로 사로잡힌 결핍. 에일리스는 결핍이 주는 공허함을 사랑으로 메워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에일리스는 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고 아일랜드로 향한다. 언니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일리스는 딜레마에 빠진다. '아일랜드에 머무를 것인가, 브루클린으로 향할 것인가' 이때의 내면갈등은 짧은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에일리스의 앞날을 펼칠, 즉 '정착지'의 선택에 대한 것이다. 가족과 그동안 쌓아왔던 정을 나눈 사람들이 있는 고향에 머물 것인가, 사랑하는 이와 더 큰 꿈의 가능성이 있는 브루클린으로 갈 것인가. 이 내면갈등은 에일리스의 이성과 감성을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에일리스는 브루클린으로 향한다. 큰 꿈과 사랑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물살을 가르며 도약하기로 결정한다. 에일리스에게 브루클린이란,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자기애도 발견할 수 있었던 장소다. 그곳에서 에일리스는 꿈과 사랑을 찾았다. 그녀의 삶은 분명, 좋아질 것이다. 낯선 환경을 경험했고, 그 과정을 거쳐 힘겨운 선택을 했으니까.


나 역시, 20여 년 넘게 생활해 온 고향을 떠나 낯선 땅 서울에 정착해 혼자의 삶을 꾸려왔다. 에일리스가 경험한 것 만큼의 이질감에서 오는 힘겨움은 덜했지만, 어찌됐든 낯선 환경에서 수많은 경험들을 했다. 서울로 오기 전, 나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울로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고 단지 때가 되어 실천에 옮겼을 뿐이다. 아무리 머릿속에 수만가지 계획을 심어놔도 환경(현실) 위에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허상일 뿐이다. 실존인 내가 실존의 땅 위에서 실질적인 경험을 해야만 나의 '진짜 삶'이 쌓여가는 게 아닐까.


삼십대가 된 직후부터  또다른 낯선 땅 위에 서 있다. 늘 처음은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경험을 통해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다. 하지만, 새로움과 모험을, 그러니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낯섦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 아닌 안정이니까. 안정에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면 그 삶 또한 좋다. 하지만, 안정이 이어져 권태와 퇴행과 마주한다면 그건 위험의 시작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브루클린>은 내게 많은 감정을 선사한 작품이다. 향수(鄕愁)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꿈과 의지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어 준 영화다. 현실성 짙은 영화이기에 에일리스의 용기있는 삶이 우리들에게 와닿는 정도가 더 크다. 용기의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다채로운 색채와 시대성을 반영한 의상들도 속속 등장하니,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성장의 메시지와 낭만적인 분위기 모두를 안은 영화 <브루클린>. 잊지 못할 작품이다.



에일리스 룸메이트들과의 식사자리에서는 다양한 의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매혹적인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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