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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

숙희, 나는 그녀가 슬프다



숙희. 그녀는 가련했다. 총과 칼, 망치를 들고 속 시원히 피를 내뿜는 강렬한 장면들이 연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잔혹성은 숙희가 어릴적부터 겪어왔던 사건들이다.

영화 <악녀>의 시작은 인상적이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관객들은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것부터 보게 된다. 하드코어 액션은 꽹과리 소리와 어우러져 신명난(?) 난투극을 선보인다. 다음 장면은 더 인상적이다. 주인공 숙희는 어딘지 모르는곳의 다양한 환경들을 접한다. 이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숙희의 앞날을 암시하는 장치다.





'한국판 킬빌'로 불리기도 했던 <악녀>는, 주인공 김옥빈의 원탑 액션이 돋보인다. 숙희는 강인한 여성인 동시에 세상 가장 가혹한 상황들과 마주했던 비운의 여성이기도 하다. 수많은 난투극 시퀀스들에 대한 관객들의 '잔인하다'는 평이 많은 영화다. 하지만 필자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짙게 느꼈던 감정선은 숙희에 대한 연민이었다.

소싯적 아버지를 잃은 딸 아이는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 장면을 목격하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 뼈저린 고통이 있을까. 아버지를 잃은 다음 그녀가 잃은 것은 남편이다. 역시나, 남편의 죽음 역시 두 눈으로 목격한 숙희의 내면은 어떻겠는가. 아버지를 죽인 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오던 한 여자의 가련한 일생. 사랑조차 허락지 않는 세상에 대한 숙희의 비통한 일생은 가련하기 그지없다.

<악녀>는 필자에겐 슬픈 영화였다. 숙희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숱한 상황들. 그녀가 행한 폭력들은 그녀가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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