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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해어름카페에서의 일몰 감상



이날의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절대)잊지 못할 것 같다. 이 포스트는 해어름카페에서 보낸 시간들의 기록이지만, 잊을 수 없는 시간이라 표현한 주 이유가 결코 해어름카페 때문은 아니다. 자연 때문이다.

해어름카페에 들른 이유는 일몰 풍경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저녁 여섯 시 경 도착해 카페 정원에 비치된 흔들그네에 앉아 온전히 일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많은 이들이 기다림을 그다지 즐거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경우엔 기다림마저 즐겁고 설렐 수 있다. 이날, 일몰의 순간을 기다릴 때가 그랬다.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조건 허용한다. 내게 일몰은 지치지 않는 기다림, 지루함은 커녕 재촉마저 하지 않는 여유를 갖게 만드는 '위대한 대상'이다.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밀려나간 바닷물 때문에 드러난 서해안 특유의 풍경을 찍고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들을 관찰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날이었지만, 해안가에 부는 바람은 한낮의 열기를 온전히 잊게 만들어줬다.









드디어 일몰이 시작됐고, 기다린 시간의 몇 배나 적은 시간 안에 태양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이날의 일몰은 '보너스' 묘기를 선사했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이 깔려 일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거라는 우려에 보답하듯, 우려 요소들을 '활용'한 매력을 발산했다. 구름 뒤에 몸을 숨긴 채 분할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태양의 노련함,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우려 요소들은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자연은 위대함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 자욱이 깔린 안개와 구름 덕에 하늘은 회색빛 도화지가 됐고, 덕분에 기다랗고 선명한 비행운을 볼 수 있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비행운에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와- 와ㅡ 와!!' 모두가 같은 반응이었다.






아름다운 시간,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람(내 가족)과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2017년 7월 5일. 모든 것들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태양이 모습을 감춘 후에야 카페에 들어가 차 한 잔씩을 마셨다. 해어름카페는 저녁이 되면, 조경된 나무에 조명이 켜진다. 이곳도 사시사철이 크리스마스인 셈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아, 밤의 해어름카페를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으나 일몰을 감상하기에 훌륭한 카페라는 점에서 이곳은 칭찬할 만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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