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의 시대극들은 아름답다. 누구를 그리든간에 그의 영화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름답다.
특히 <동주>는 극도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영화는 가장 유명한 국내 시인들 중 한 명인 윤동주의 삶을 담는다. 문학도를 꿈꾸며 시를 쓰는 점잖은 청년 동주와 투쟁 정신이 강한 청년 열사 몽규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둘은, 빼앗긴 조국 위 위태로운 상황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둘은 자신들의 꿈과 애국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는다.
<동주>는 동주와 몽규의 삶을 통해, 정체성과 삶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만든다. 외압으로 고통받는 아픈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두 청년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동주>는 높은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극찬하는 이유는, 실존 인물 자체의 위대함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에 있다. 흑백으로 제작된 <동주>는 당대 시대상과 더불어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어둠 위에서 간간이 드러나는 빛들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클래식한 멋이 배인 <동주>는 한 권의 역사 서적이자 시집과도 같다. 투박하게 그려질 수 있는 시대극이 아름다운 시와 연출로 하여금 아름답게 완성된 것. 여기에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 주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필자가 꼽는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은 후반부 시퀀스다. 일본 고등형사가 동주와 문규의 억지 자백과 서명을 받아내기 위한 장면은, 잔잔하게 전개되던 앞선 연출들과의 간극으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박열>로 인해 다시 감상하게 된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 아름다운 청년들의 모습이 감각적으로 배인 시대극을 아직 접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일견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