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이중생활
영화는 주인공 성남의 내면을 독백으로 전하는 일기 같은 영화다. 제목처럼 성남은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즐긴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는 통화로, 파리의 유정과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대마초를 피우다 들켜 도피하다시피 떠나온 파리에서의 성남의 일상들은 불안 그 자체다. 그렇다고 파리에서 제대로 거처를 잡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돈이 떨어져가도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성남의 일상은 그야말로 형편 없다.
밤과 낮. 완전한 하루동안의 일상들을 여러날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남의 일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흘러갈 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떠한 구속에도 갇혀있지 않은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성남은 어딘가에 갇힌 듯한 모습이다. 아이러니하다.
여느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 속 남자들처럼, 성남 역시 허위와 가식으로 똘똘 뭉쳐있다. 죄를 짓지 않는, 욕망에서 한발짝 물러선 인물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그는 유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욕망적이다. 심지어 "자고 싶다"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일삼는 그다. 지식인으로 그려지는 홍상수의 남자들은 늘상 본능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인간의 이중성을 위트있게 그려내는 감독 특유의 연출은 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