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라도 행복하면 돼
행복이란 무엇일까. 늘 행복을 갈망하고, 거머쥐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행복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확실한 건, 행복은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감정을 일정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행복할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이 행복으로 느껴질까. 어쩌면 행복은, 불행 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닐까.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불행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꿈의 제인>을 보는 내내 행복의 관념과 순간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영화에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소녀 '소현'이 있다. 그녀는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소현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독백은 결국 제인이 했던 말을 되짚는 격이다.
제인은, 소현이 거의 유일하게 의지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 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제인은 소현을 비롯한 소외된 아이들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제인은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선사한 인물이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뇌리에 박혔던 명대사 몇 가지들이 있다. '나는 인생이란 게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한 번도 안 끊기고 계속 이어지는 기분? 그런데 행복은 아주 가끔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 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Unhappy'로 점철된 제인의 인생이지만, 그녀는 가끔씩 주어지는 행복의 순간에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인물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안쓰럽게 느껴지는 인물은 소현이다.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라며 자신의 외로운 삶을 한탄하는 그녀는 필사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관계란 개인의 의지만으로 형성될 수 없는 법이다. 소현과 함께 살아가던 인물은 모두 그녀의 곁을 떠난다. 이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필자는 소현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행복을 바라고, 타인과의 우호적인 관계만을 바라는 것만이 올바른 삶의 가치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인의 말처럼 '불행한 얼굴로 또 만나게 되더라도' 이따금씩 느끼는 행복의 순간이 있다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현실적인 장면들로 이어져 있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음직하지만 <꿈의 제인>은 특유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