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대를 모아왔던 <덩케르크>.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재현의 방법'에 있다. 특별한 CG를 사용하지 않은 전시 상황의 작품이라는 점이 <덩케르크>의 최대 강점이다.
영화는 세계 2차대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극화했다. 하늘과 바다, 육지를 오가며 벌어지는 긴박한 전시 상황을 특별한 효과를 가미하지 않고 현장감 있게 구현해낸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놀랄만 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덩케르크>는 대사나 캐릭터의 힘보다 상황으로의 몰입력에 집중한 작품이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그 상황을 체현하게 만든다. 바로 눈 앞에 떨어지는 폭탄, 총격으로 무분별하게 죽어나가는 병사들,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땅, 바다 위에서 올려다보는 상황의 긴박감, 배 안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군인들의 생생한 묘사는 놀란 감독의 연출력을 재입증하는 요소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쟁영화가 아니라 '생존영화'라 밝힌 바 있다.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물론, 상황과 캐릭터들이 놓여있는 시공간은 전쟁 위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각자(개인)와 국가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무사히 살아 돌아가기까지의 상황에 집중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면 감독의 의중에 이해가 간다. '그저 살아돌아온 것'일 뿐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잘한 일, 훌륭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 어떤 것들보다 35만 여명의 '사람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 <덩케르크>의 핵심이다.
정리하자면 <덩케르크>는 현실감이 살아있는 역사 영화다. 여느 역사 영화들이 그렇듯 부차적으로 추구하는 주제 의식이 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 강조된 것은 '생존'이자 '휴머니즘'이다.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실체하는 개인이 중요한 법. '철수'라는 단어는 항복이나 패배와 결부지어지기 마련이지만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패배가 아닌 현명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극적인(드라마틱한) 요소들과 재미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실존했던 사건을 실체감 있게 묘사해낸 놀란 감독의 연출력에 집중하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위태롭고 긴박한 상황이지만 애석하게도 자연은 언제나 황홀경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왜 그토록 전쟁을 일으키는 걸까. <덩케르크>는 이 점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