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원력은 절망에 있다
생을 살아가면서 절망 한 번 경험해보지 않을 수는 없다. 물론, 절망의 상황과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절망은 살아숨쉬는 한 몇 차례는 경험하게 될 감정이다. 절망은 고통스럽고 슬프다. 이왕 올거라면 경험할 시기를 예고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대개 큰 절망은 예기치 못한 때 찾아오기 마련이다. 절망은 시련과 고통, 고독과 이어진다.
어찌됐든 절망은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누구든 기쁘고 행복하기를 갈망하지, 절망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절망과 슬픔의 순간은 떼를 지어 몰려올 때가 많다. "슬픔은 혼자 오지 않네. 반드시 한패를 데리고 오지." 셰익스피어는 <페리클레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절망은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그렇다고 무력하게 절망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주체는 자신 뿐이다.
책 <절망 독서>는 절망에 빠졌을 때 진정한 위로와 극복의 조력자가 되어줄 책(이야기)의 힘과 그에 걸맞은 도서들을 안내한다. 저자 '가시라기 히로키'는 스무살 때 갑작스러운 관절염으로 인해 13년 간 병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희귀한 병에 걸린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절망을 몸소 체험했다. 투병 과정에서 자각한 이야기의 힘을 밝힌 이 책은, 여느 '힐링'에 관한 여느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대개, 힐링에 대한 책들은 독자들에게 '지금도 충분히 괜찮아' '토닥토닥' '잘해낼거야' 라는 따듯하고 포근한 표현들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절망 독서>의 저자는 절망스러울 때는 절망에 관한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나아가, 절망에 빠지지 않은 상황에 있는 독자들일지라도 절망에 관한 책을 미리 접하기를 권한다. 자신의 상황처럼, 절망은 언제 어디에서 찾아올지 모르니 그에 대한 연습(간접 체험)을 절망에 대한 책(이야기)로 하라는 것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 대부분은 고전 문학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 문학만을 옹호하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절망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다른 장르의 책들과 영화, 만화 등도 좋다고 말한다. 어찌됐든 책의 핵심은, 절망에 빠졌을 땐 절망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라는 것이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절망에 절망이 더해지면 최악이 아니냐고. 물론 그렇게 생각할 것에 대해 필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한 번쯤 해봤을 거다. 연인과의 이별 후 계속 듣게되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음악은 이별에 관한 노래가 아니던가. 핵심은 이거다. 절망에 바졌을 때 절망의 이야기가 '공감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질 효과'를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느끼는 기분과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이 마음을 치유한다" 하지만 그 이후 피타고라는 동질 효과와 정반대의 주장인 '이질 효과'를 펼쳤다. "슬픔을 없애줄 밝은 음악을 듣는 편이 좋다"라고. 물론 앞선 두 철학자의 말 모두가 맞다. 하지만 각 효과가 적용되는 '시기가 다르다'. 동질 효과는 절망에 처했을 직후에 효과가 좋고, 이질 효과는 어느정도 절망에서 빠져나온(극복) 시점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저자는 절망에 빠졌을 때는 절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급하게 절망과 슬픔에서 빠져나오려고 억지로 노력한다면 훗날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옛 절망의 순간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서 말이다. 이를 저자는 '잠수병'에 비유했다.
필자 여기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다. 절망과 슬픔의 감정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부정적인 감정의 일말도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는 편. 왜, 연애할 때도 최선을 다해 사랑한 자만이 미련 없이 이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맥락이라 본다.
그렇다면 <절망 독서>의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독서를 싫어했고, 과제 때문에 할 수 없이 독서를 해야만 할 때는 단편들만 골라 읽었다던 저자. 그의 독서에 대한 태도를 변하게 만들어준 대표적인 두 인물은 카프카와 괴테이다. 필자 역시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그 외 도스토옙스키, 가네코 미스즈, 무코다 구니코 등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책들을 소개한다.
절망적인 이야기들이 절망을 구원해준다니. 혹자에겐 분명 이해 불가한, 아이러니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13년 이상 절망을 경험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는 절망은 절망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절망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절망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도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는 것인가다. '잘 극복'해낸다면 예상하지 못한 큰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많은 현인들도 절망의 가치를 강조했다.
、모두가 이기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어왔다.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는 것도 좋다고. - 월터 휘트먼
、사람은 행운이 따를 때 위대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로 향상되는 것은 불운할 때다. -프리드리히 실러
、절망은 사람들이 절대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한 참된 출발점이다. -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을 모르는 정신은 내 속을 태우거나 나를 지루하게 만든다. - 아나톨 프랑스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운 것 속에서 생겨나며,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생겨난다. - 채근담
따라서 절망을 잘 극복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절망에 처한 캐릭터들이 그 상황과 감정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에 대한 절망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들을 미리 접해, 갑작스레 닥치게 될 절망에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저자의 메시지(필자 역시 공감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