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의 단편소설 <코>는 초현실과 현실을 넘나든다.
초현실적이라는 이유는, 주인공 코발료프가 자신의 신체 일부인 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있을 수 없는 황당무개한 사건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가 배어냈거나 수술을 한다거나 등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코발료프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코와 잠시간 결별한다.
자칭 소령이라 칭하며 다니는 8등관 코발료프는 높은 자존감과 허위 가득한 자만감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이 대단한 소령의 나가떨어진 코는 코발료프 자신의 페르소나다. 사람 행세를 하는 코발료프의 코는, 심지어 코발료프보다 높은 계급인 5등관이다. 코를 상실한 동시에 자존감마저 낮아진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를 찾아 헤맨다.
코발료프의 코는 그의 전용 이발사의 아침 식사인 구운 빵 속에서 발견된다. 이 황당한 사건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남자의 허례허식과 거만함을 위트있게 풍자해낸다. 코발료프는 자신의 모습을 버젓이 보고도, 자신의 이전 행각들에 대해 좀처럼 깨우치지 못한다. 코를 잃어버린 것인지, 눈을 잃어버린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코발료프의 모습은 가히 어리석다.
그가 코를 되찾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없으면 온갖 사교 모임에서 낯짝을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코를 되찾고자 했던 코발료프는 어느날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코와 마주해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5등관(사람) 행세를 하고 다니는 코는 코발료프를 상징한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마련. 하지만 어리석은 코발료프는, 자신의 신체 일부가 객관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이 세상에선 무엇이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기쁨 역시 다음 순간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고 또 그 다음엔 더욱 시들해져서 마침내 예사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결국, 소설은 코발료프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꽤나 큰 일 한다는 돈만 밝히기 일쑤인 관료들을 비판한다. 제자리에 붙어있어야 할 코가 사라지고, 그 코가 자신과 걸맞지 않은 사기꾼 행세를 하고 다니는 모습. 코발료프가 코를 비난하듯, 코발료프를 향한 주변인들과 독자들은 그에게 손가락질 하고 있을 것이다.
기이한 사건을 다룬 소설 <코>는, 꿈 혹은 상상을 그려낸 미술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초현실적인 상황에 천만 다행이라 여겼을 인물은 다림 아닌 코발료프다.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그 뼈아픈 순간들이 전해준 교훈을 체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접한 독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 자리를, 그리고 제 역할을 말이다.